-순환출자 ‘0’시대 열었지만 숙제도 있어 -금융계열사 정리ㆍ호텔롯데 상장 남아 -“면세점 정상화되면 호텔롯데 상장 추진”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롯데그룹의 이번 인사로 그룹 지배구조 개선에 탄력이 붙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단 롯데지주 출범에 중추적 역할을 한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지주사 체제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롯데는 앞으로 지주회사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추가적인 구조개편 작업을 추진하고 호텔롯데 상장을 서두른다는 입장이다.

롯데지주는 사실상 순환출자 구조를 완전히 해소했다. 롯데그룹은 지난 2일 계열사 이사회를 열고 롯데지주, 롯데지알에스, 한국후지필름, 롯데로지스틱스, 롯데상사, 대홍기획 및 롯데아이티테크 등 6개 비상장사 투자사업부문을 롯데지주에 통합하기로하는 합병 및 분할합병을 결의했다. 롯데지주를 포함한 일곱 개사는 다음달 27일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분할ㆍ합병안을 승인받을 예정이다. 한때 75만여개에 달하던 순환ㆍ상호출자 고리는 3년 만에 완전히 정리되는 셈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뉴롯데 슬로건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롯데는 그동안 미뤄왔던 정기인사를 단행하고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있다. [헤럴드경제DB]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뉴롯데 슬로건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롯데는 그동안 미뤄왔던 정기인사를 단행하고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있다. [헤럴드경제DB]

이로써 신 회장은 ‘뉴롯데’ 실현에 한 발짝 더 다가갔지만, 축배를 들기에는 이르다. 아직 금융계열사 정리 작업이 남아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일반지주회사가 금융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도록 돼있다. 롯데지주는 출범 후 최장 4년 안에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지분을 처리해야 한다.

현재 호텔롯데는 금융 계열사 지분 정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지주사 합병 대상 회사에서 제외된 호텔롯데는 ‘금산분리’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금융 계열사 지분 소유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호텔롯데는 지난달 대홍기획과 롯데지알에스, 한국후지필름으로부터 롯데캐피탈 지분 12.61%를 매입했다. 이번 거래로 호텔롯데는 기존 지분율(26.6%)을 39.37%까지 확대하며 지배주주로 자리매김했다. 부산롯데호텔도 대홍기획으로부터 롯데손해보험 지분 21.69%를 인수했다. 지분율을 21.6%로 높인 부산롯데호텔은 호텔롯데(23.68%)에 이어 2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업계는 “호텔롯데 주도 하에 추가적인 지분 정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당장 롯데카드 지분이 문제다. 롯데쇼핑은 롯데카드의 지분 93.8%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카드는 롯데의 주력 사업인 유통 부문과 시너지가 높다. 매각하는 방안보다는 롯데그룹의 큰 테두리 안에 묶어두는 것이 이득이다. 호텔롯데는 지주사 규제로부터 자유로울 뿐 아니라, 유동자금도 풍부해 가장 유력한 매입처로 거론되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관문은 호텔롯데 상장이다. 롯데의 중간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는 한ㆍ일 롯데그룹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 광윤사, L투자회사 등 일본 소재 계열사들이 지분 99%를 소유하고 있다. 상장하지 않고 지주사에 편입하려면 일본 측 지분을 전부 매입해야 하는데 롯데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어서 상장이 필수적이다. 또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롯데의 지분율을 50%까지 낮춰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희석시킬 수 있다.

호텔롯데 상장에 대한 신 회장의 의지도 한층 단단해졌다. 신 회장은 지난해 12월 장인인 오고 요시마사 전 다이세이 건설 회장의 장례식 참석차 일본을 방문해 일본 롯데홀딩스 관계자와 호텔롯데 상장 계획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신 회장은 “2019년쯤 호텔롯데를 상장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호텔롯데 매출의 80% 이상이 면세점에서 나오는데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태”라며 “사드 보복 국면이 마무리되고 실적을 회복하는 대로 호텔롯데 상장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