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임기 초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가 높고 대외여건 호전으로 경제상황이 개선되고 있는 지금이 개혁의 ‘골든타임’이다. 그런데 정부가 적폐청산과 기업개혁에는 적극적이지만 구조개혁에는 소극적인 것 같아 걱정이다.”
문재인 정부와 김동연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경제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갈수록 비대해지고 있는 공공부문에서부터 신뢰도가 세계 최하위인 노사관계,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노동생산성, 아프리카 후진국에도 뒤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금융산업과 기업 지배구조, 헛도는 부실기업 구조조정 등 경쟁력을 높이려면 개혁해야 할 대상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그럼에도 개혁은 걷돌고 있다. 공공기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도입했던 성과연봉제는 일률적으로 폐지됐고, 기업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어렵게 만든 기활법(기업활력을 위한 특별법)은 사실상 사문화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도 거의 열리지 않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과 이중구조 개선, 한국형 유연화모델 창출을 위해 시급한 노사정회의 등 사회적 협의기구도 진전이 없는 상태다.
노동친화 정부를 표방한 정부가 지나치게 노동계의 눈치를 보면서 ‘껄끄러운 과제’들을 뒤로 미루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저출산ㆍ고령화와 주력산업의 성숙기 진입으로 구조적 저성장 위기에 직면한 우리경제가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이들 취약부분에 대한 구조개혁과 체질개선이 필수적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과제들이다.
세계적인 연구ㆍ평가기관들도 구조개혁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 9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결과에서도 한국은 거시경제(2위)ㆍ인프라(8위) 등 경제 기초여건(16위)은 비교적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경제효율이나 기업ㆍ노동ㆍ금융 등의 혁신 측면에서는 매우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사간 협력은 137개 비교대상국 가운데 130위로 사실상 꼴찌였고, 고용 및 해고관행도 88위에 머물렀다. 전반적인 노동시장 효율성은 73위로 경쟁국보다 훨씬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이사회의 유효성도 109위로 후진국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소액주주 이익보호(99위), 정부규제 부담(95위), 기업경영윤리(90위)도 형편 없었다. 대출의 용이성(90위), 금융서비스의 기업수요 대응성(81위) 등 금융부문도 취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무디스는 지난달 국가신용평가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신용등급을 역대 최고인 Aa2(안정적)로 유지하면서도 구조개혁 후퇴 가능성이 등급 하락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3대 등급하락요인으로 ▷군사적 충돌 또는 북한 정권 붕괴와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구조개혁 퇴행으로 인한 장기성장세 약화 ▷공기업 부채 또는 여타 우발채무로 인한 정부재정 악화 가능성을 꼽았다.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가 높고 경제도 호전되고 있는 올 연말~내년초의 개혁 ‘골든타임’을 지나면 지방선거와 개헌 등 굵직굵직한 정치 이슈에 매몰돼 개혁 동력을 끌어올리기 어렵게 된다. 개혁 기피증 극복이야말로 현정부의 큰 과제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