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독일(베를린) 이승환 기자]독일 베를린에는 ‘지하철역 개찰구’가 없다. 베를린에서는 누구나, 어떤 제지를 받지 않고 지하철 플랫폼까지 들어갈 수 있다. 지하철 탑승갱의 ‘양심’만으로 무임승차를 규제를 하는 셈이다. 규제와 단속 등 촘촘히 짜여진 시스템이 아닌 시민 개개인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베를린의 교통질서 문화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양심에 따라, 지하철 이용= 베를린 지하철의 기본 승차권은 1회권(Einzelfahrausweis)이다. 편도 티켓이기는 하지만 2시간 동안 구간 내의 모든 대중 교통 수단(버스, 트램 등)을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다. 1일권(Tageskarte)도 있다. 사용 개시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사용 가능하다.

이외에도 1회권 4개가 묶여 나오는 4회권(4-Fahrten-Karte), 7일권, 1개월권, 평일 오전 10시 이후에만 사용가능한 대신 주어진 기간 내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10시권(10-Uhr-Karte) 등 수많은 승차권이 존재한다.

지하철 이용객은 역사에 들어서면 마주하게 되는 펀칭 머신에 각자의 승차권을 스스로 날인받고 들어간다. 감시하는 사람은 없다. 지하철 탑승한 후에도 승차권을 확인하는 검표원이 없다. 평소 지하철 이용을 시민 개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것이다.

다만 불시에 단속하는 경우가 있다. 흔치 않은 일이지만 비정기적으로 검표원이 지하철 안을 이동하며 승차권을 확인한다. 이때 무임 승차가 적발될 경우 700유로(약93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독일에서 5년째 유학생활을 하고 있다는 B씨(여)는 “아직까지 지하철 표를 검사하는 경우를 본적이 없다. 구매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알아서 (승차권에) 날인하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도시 전체가 자유로움으로 가득찬 분위기를 뿜어내는 베를린에서는 ‘단속’, ‘적발’이라는 단어가 어색하다. 여기에 더해 베를린 시민들은 개인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공공 문화에서 효율성까지 끌어들인다.

2000년초 독일 베를린으로 건너와 10여년째 현지에서 대학 강사 생활을 하고 있는 A씨(여)는 “독일 와서 처음 적응이 잘 되지 않았던 것이 무단횡단이었다”며 “여기서는 차들이 다니지 않을땐 굳이 신호를 지킬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해진 규칙 등 시스템에 묶여 있으면 경직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상황에 따라 자신의 판단으로 행동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는 것이 이곳의 상식”이라고 덧붙였다.

활용 안 되는 자전거 전용도로, 한국과 닮았지만=공공질서 문화에서 베를린과 서울의 닮은 점을 꼽자면 ‘자전거 전용도로’정도다. 두 도시 모두 차도 가장자리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잘 구분돼 있다. 아울러 자전거 전용도로의 쓰임새가 무색하다는 점도 두 도시가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차들이 자전거도로를 무시하고 이동하거나 사실상 주차 공간으로 쓰는 경우가 허다한 반면 베를린에서는 자전거가 자전거 전용도로를 무시한다. 차도와 자전거 전용도로의 구분에 구애받지 않고 편한 길로 자전거를 몬다는 것이다.

베를린 시내에서는 자동차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자전거, 좌회전 또는 우회전시 자전거 위에서 자신의 팔을 들어 뒤에 있는 자동차에 깜빡이와 같은 신호를 보내는 시민들을 쉽게 볼수 있다.

독일 현지 대학생 C씨는 “자동차 운전자들은 자전거가 이동하는데 방해하면 안되는 것은 물론 최대한 배려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며 “환경을 생각해 어지간하면 차를 이용하지 말자는 추세라 자전거 이용자들의 편의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