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대한민국은 ‘치킨 공화국’이다. 전국 8도 어느 곳에 가도 고개만 들면 치킨집이 보인다. 어떤 분야를 전공했든 결국 퇴직 후에는 누구나 치킨집 사장님이 된다는 웃픈 ‘치킨집 수렴의 법칙’이 결코 웃을 수 없는 현실을 만들어냈다. 매년 수천, 수만 개의 치킨집이 문을 열고 그보다 많은 치킨집이 문을 닫는다. 호기롭게 창업전선에 뛰어든 은퇴자들에게 남는 것은 감당키 어려운 빚뿐이다. 은퇴 이후 안정적인 삶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다. 아무리 대중이 ‘치느님’을 경배하며 갈구해도 매일 튀겨지는 치킨은 그보다 많고, 골목에는 눈물 묻은 전단지가 나뒹군다. 수요를 뛰어넘는 이 과잉공급 현상은 도대체 어디까지 진행됐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아니, 그전에 치킨집의 도미노 폐업은 정말 수익성과 경쟁력을 따지지 않은 무분별한 창업 때문이 확실한가. 치킨 공화국의 현실을 통계로 분석해 본다.>
▶짜장면, 김밥도 못 이기는 ‘치느님의 비상’=4일 업계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 관련 기관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전국에 영업 중인 치킨 매장은 5만 9000여 개다.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3만 6000여 개)보다 많다. 이처럼 치킨이 대중화하기 시작한 건 1970년대부터다. 경제 성장과 함께 양계업이 발전하면서 유통되는 닭값이 싸졌다. 1971년 해표에서 식용유를 출시하자 닭을 기름에 튀겨먹기 시작했다. 1970년대 말부터 이런 가게가 프랜차이즈로 진화하면서 시장이 거대화하기 시작했고, 1980년대 초 양념 치킨이 등장하며 현재의 모습을 이루게 됐다.
주목할 만한 점은 또 다른 국민 먹거리인 짜장면, 김밥보다 치킨산업의 성장세가 빠르다는 것이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중 치킨집 수는 연평균 3.69% 증가했다. 이는 한식(0.94%), 중식(-1.78%), 분식 및 김밥 전문점(–2.33%)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먼저 2014년 기준 인구대비 치킨집(전체 음식점) 수 전국 평균치는 0.661(10.870)이었다. 즉 2014년 기준 치킨집은 전체 음식점의 약 6%를 차지했다. 인구 1000명당 전체 음식점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중 다소 줄어들었다가 201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인구 1000명당 치킨집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관계없이 전 기간에 걸쳐 꾸준한 증가추세를 보였다. 그 결과 2014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치킨집 수는 2006년과 비교해 33.4%나 증가했다.
문제는 이렇게 우후죽순 생긴 치킨집 대다수가 매우 영세하다는 점이다. 있다. 2014년 전국기준 평균적으로 100개 치킨집 중 서너 개만이 종업원 5인 이상의 규모를 가진 것으로 나타난다. 최근 서울특별시 및 광역시의 구 지역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치킨집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군 지역에서는 여전히 영세업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군지역의 경우에 개별 치킨집이 직면하는 시장규모 또는 수요가 적어 규모의 경제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치열한 경쟁 속에서 문을 닫는 치킨집도 늘고 있다. 2014년 기준 치킨집의 인구대비 폐업업체 수 전국평균(0.133)은 2007년과 비교해 62.2%나 높은 수준이었으며, 이 평균치는 2014년 인구 1000명당 총 업체 수인 0.661의 20.1%에 해당한다. 즉 2014년에 치킨집 5개 중 1개가 폐업한 셈이다. 연도별로 창업업체 수와 폐업업체 수를 살펴보면, 대체로 창업업체 수보다 약간 적은 숫자의 치킨집이 폐업했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본주의 원칙에 따라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기는커녕, 매년 치킨집 포화 정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창업분야 한 전문가는 “전문기술이 필요 없고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저(氐)기술 서비스 산업에서 영세자영업 창업이 주로 이뤄지고 있다”며 “영세자영업의 과잉 창·폐업이 다시 사회 양극화나 가계부채 증가 등과 같은 사회적 부작용도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당 분석에는 통계청의 전국사업체 조사표가 활용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