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기업인 몰아세우기…기업총수 등 200여명 신청 전망…경총 등 엄격한 원칙 요구 “기업인이 화풀이 대상도 아니고, 설명할 것이 있으면 협조적으로 나서겠지만…매해 명목없이 반복되는 상황에 진저리가 쳐집니다.”(재계 관계자)

내달로 예정된 국정감사를 한달여 앞두고 대기업 총수들이 대거 포함된 증인 요청서가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매해 반복되는 보여주기식 ‘기업인 질타’의 국감 구태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들어 정부의 일자리 창출, 상생 드라이브에 분주하게 보조를 맞춰 온 재계는 동네북 신세의 ‘기업인 국감’예고에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지난 14일 정계에 퍼진 ‘2017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주요증인 요청명단’에는 대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CEO) 이름이 대거 포함돼 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재계 총수와 함께 김창수 삼성생명 대표,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 임진구ㆍ정진문 SBI 대표 등 금융권 인사들도 명단에 포함됐다.

해당 문건이 상임위원회 차원의 의결건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관련 그룹은 일단 한숨을 돌린 분위기지만, 올해 기업인 증인 신청 규모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이란 데는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 그룹 관계자는 “(명단이) 최종 확정되진 않았다고 하니 이른 감은 있다”면서도 “여야 가리지 않고 기업인을 몰아세우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 올해 기업인 증인 규모가 역대 최대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고 귀띔했다.

정권 교체 후 재벌개혁ㆍ적폐청산 기조 속에 이뤄지는 국감인 탓에 여야가 공수를 가리지 않고 기업인 몰아세우기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정가에서는 정무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기벤처위원회를 중심으로 기업 총수와 CEO 소환을 대거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재계 관계자들은 ‘설명할 부분이 있다면 국감에 협조하는 것이 마땅하다’면서도 막무가내식 증인 채택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앞서 한국경제연구원이 내놓은 ‘국정감사의 본질과 남용’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19대 국회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기업인은 연평균 124명으로 16대 국회(57.5명)에 비해 2.1배 가량 늘었다. 지난해 20대 국회들어 진행된 첫 국감에서 채택된 기업인 증인은 150명이었다. 올해는 200명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회장의 역할은 회사 지분을 갖고 회사 전체가 가야할 큰 방향을 정하는 것이다. 증인출석 사유와 관련해 회장이 관여하는 부분은 사실상 없다”면서 “의례적으로 국감시즌만 되면 총수들을 부르는 것은 국감의 취지와도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영자총연합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은 지난해 국감을 앞두고 “좀 더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이 필요한 때에 참고인으로서 의견을 듣는 예외의 경우를 제외하고 기업인 증인 채택은 증인 적격에 관한 일반 법 원칙에 따라 해당되는 경우에만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며 요청키도 했다.

손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