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용의화식열전
일본 ‘셋칸·쇼군·싯켄’ 사례 공정위, 실력기준 적용유력 향후 금융업 진출시 변수로 일본 임금이 실제 권력을 행사했던 때는 헤이안(平安)시대 고토바(後鳥羽) 일왕이 마지막이다. 그가 왕위에 있었던 시기는 6세 때인 1185년부터 19세이던 1198년까지다. 성인이 되면서 양위를 했고 이후 23년간 전임 국왕인 상왕(上王) 또는 법왕(法王, 출가한 전왕) 자격으로 간접통치(院政, 인세이)를 했다.
고토바 일왕은 1221년 가마쿠라바쿠후(鎌倉幕府)와의 결전인 조큐의 난에 패한다. 이후 일왕은 정치적 실권을 잃고 쇼군(將軍)이 실질적인 통치자가 된다.
그런데 일본 역사를 보면 일왕도 쇼군도 직접 실권을 가진 적은 별로 없다. 헤이안 시대엔 후지와라(藤原) 가문이 실권을 담당하는 셋칸센지(攝關政治)가 대부분이었다.
가마쿠라바쿠후도 3대 미나모토노 사네토모(
메이지유신(明治維新) 이전까지 일본 역사의 절반 가량은 비공식 관직의 권력자들이 실질적인 통치권을 행사했던 셈이다.
일본 뿐 아니라 중국도, 우리나라도 늘 공식적인 통치자를 압도하는 권력자들이 실권을 휘두른 사례가 적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달 네이버를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준대기업 집단에 지정한다. 동시에 그룹 총수 격인 ‘동일인’으로 이해진 전 의장을 지정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측은 최대주주도, 회장도, 이사회 의장도 아닌만큼 ‘이치에 맞지 않다(無理)’는 입장이다. 네이버 대주주는 국민연금(10.61%), 영국 에버딘자산운용(5.04%), 미국 블랙록펀드(5.03%)다. 창업자인 이 전 의장 지분은 4.64%다.
그런데 네이버는 이사회 결의에 따라 의결권을 부활시킬 수 있는 359만주(10.9%)의 자사주가 있다.
이사회 구성은 변대규 의장(비상임), 한성숙 대표이사, 이 전 의장, 그리고 4명의 사외이사다. 상근자는 한 대표와 이 전 의장 뿐이다. 1% 이상 의결권을 가진 이는 이 전 의장이 유일하다. 이사는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는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다. 이 전 의장은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도 참여한다.
네이버는 이사회는 지난 6월말 미래에셋에 자사주 56만주(지분율 1.7%)를 매각하면서 미래에셋대우 지분 474만주(7%)를 취득했다. 경영권 강화방안으로 활용되는 교차소유다. 미래에셋대우 의결권 7%의 행사주체는 네이버 이사회다. 이 전 의장과 그의 영향력이 큰 이사회가 직간접으로 통제할 수 있는 지분이 17%에 육박한다고도 볼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네이버가 인터넷은행이던 아니면 다른 형태로던 금융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회사 최대주주(동일인)의 자격을 심사한다, 결격사유가 있으면 파장이 상당할 수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아닌 이재용 부회장을 삼성 금융부문의 동일인으로 간주해 삼성증권의 초대형투자은행(IB) 인가를 보류시켰다.
내달 공정위의 결정이 향후 금융권에 미칠 영향도 상당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