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세법개정안 및 부동산시장 안정대책과 관련해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로서의 입지에 상처를 입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여름휴가를 일시 반납하고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경제사령탑 강화에 나섰다.

김 부총리는 세법 개정안 작업을 마무리한 터라 7일부터 11일까지 5일간 여름휴가를 갈 계획이었고, 이번 회의에는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세법 이상으로 중요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 마련 작업이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는데다 경제 컨트롤타워에 대한 비판까지 비등하자 휴가를 일시 반납하고 경제장관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예산안 챙기기에 나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사령탑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헤럴드경제 DB]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사령탑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헤럴드경제 DB]

정부 예산안은 정통 ‘예산통’인 김 부총리로선 경제사령탑으로서의 전문성과 리더십ㆍ추진력을 보여줄 좋은 기회다. 세법 개정의 핵심이었던 ‘부자증세’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당 출신의 장관들이 주도하고, 부동산대책에선 김 부총리를 건너뛰어 김현미 국토부 장관 겸 민주당 의원과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이끌면서 훼손된 경제 컨트롤타워를 강화할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재정은 빠듯한데 정치권과 캠프 출신의 이른바 실세장관들이 예산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어 상황은 결코 만만치 않다. 앞서 김 부총리도 “(세입보다) 오히려 세출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새로 임명된) 각 부처 장관들이 의욕적으로 일하려는 생각이 강하고 세출 요구가 많다”며 “불요불급하고 우선순위가 늦은 세출에 대한 양적ㆍ질적 구조조정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5년간 필요한 178조원 가운데 총 60조2000억원을 재정지출 절감으로 충당할 계획으로, 각 부처 예산의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사실상 기존 사업을 줄여야 하는 것으로, 강력한 추진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김 부총리는 이날 경제장관회의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역설했다. 그는 올해 지출 구조조정 규모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계획(9조원)보다 2조원 많은 11조원 수준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새정부 첫해에 확실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앞으로 5년간 계획대로 국정과제를 원활히 이행해 경제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구조조정의 고통을 모든 부처가 분담하자고 호소했다.

예산안은 일자리ㆍ복지ㆍ경제활력 등 주요 국정과제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핵심 사안이다. 기재부는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안 편성 작업을 다음주에 마무리짓고, 다음달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김 부총리가 실세장관들의 예산 요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컨트롤하면서 ‘재정의 재구조화’를 이루느냐가 경제사령탑으로서의 그의 입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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