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정체에 관한 몇 가지의 비밀이 있다. 차량의 흐름이 원할할 경우 제한속도 시속 100㎞의 구간에서 평균속도는 84㎞다. 사고나 공사 같은 특별한 원인이 없는 자연상태에서 교통 정체의 제 1원인은 ‘새그(sag) 구간’, 즉 완만한 오르막길이다. 경사를 알아채지 못한 운전자들이 속도계의 바늘을 보고 늦춰진 속도를 체감할 때까지 차는 점점 느려지고, 그 뒤를 따르는 차들이 연쇄적으로 브레이크를 밟기 시작하면서 정체 구간이 발생한다. 정체는 차간 거리 40m이하에서 시작된다. 2차선의 경우 교통흐름이 원할할 때는 추월 차선(1차선)이 빠르지만 정체시에는 주행차선(2차선)이 조금 빠르다.

신호대기 중인 차는 진행신호가 떨어진 뒤 몇 초 후에 출발할 수 있을까. 보통 앞에 선 차 1대당 평균 1.5초가 걸린다. 만일 내가 10번째에 있다면 15초 이내에 출발할 수 있다.

사람들의 움직임에도 비밀이 있다. 대형마트 카운터 앞에서 길게 줄을 서 있을 때 내 차례는 얼마만에 돌아올까. ‘카운터 앞에서 대기하는 사람의 수’를 ‘1분간 내 뒤에 도착한 사람수’로 나누면 대략적인 답이 나온다. 이를 ‘리틀의 공식’이라고 한다. 건물에서 화재가 나면 사람들은 어디로 대피할까. 설문조사 결과 방송이나 지시에 따른다는 답변이 1위를 차지했고, 연기와 멀어지는 방향이나 비상구나 계단 방향이 그 다음이었다. 재난시 당황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보다 먼저 살거나 다른 사람처럼 살기 위해 경쟁과 동조(따라하기)현상을 보이는데, 1㎡에 5명 이상의 밀도가 되면 위험하고, 사람들이 몰린 입구는 ‘아치 액션’이라는 무너지지 않는 방어막이 생겨 사실상 봉쇄되기 십상이다. 대체로 양보와 협력의 전략, 그리고 리더의 존재가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

새로운 수학과 물리학 모델, 컴퓨터 시뮬레이션, 실제 통계 등을 통해 밝혀내거나 추론한 사실들이다. 이처럼 교통정체나 사람들(군집)의 움직임을 수학과 물리학, 심리학을 통해 규명하려는 최신 이론을 담은 책 ‘정체학’이 최근 발간됐다. 도쿄대 니시나리 가쓰히로 교수가 쓴 책으로 일본에서는 출간 첫 해에 2만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대중 과학서다. 일상적인 현상들로부터 최신 수학 물리학 개념과 이론을 끌어내 설명한다. 저자는 구슬과 상자로 만드는 간단한 모형(비대칭 단순 배제과정 모형)으로부터 시작해 교통정체와 군집의 흐름, 재난사고 등 ‘세상의 모든 정체’에 대해 설명한다. 이제 막 시작된 수학 물리학의 미래 경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저서다.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