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스 제이가 돌아왔다. 가수가 아닌, 뮤지컬 배우로 무대 위에 섰다. 지난 4월 소집해제 한 뒤 약 2개월 만에 새로운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나게 된 것. 뮤지컬 '싱잉 인 더 레인(Singing in the Rain)'을 통해서다. 짧지만, 최선을 다한 덕분에 '돈 락우드'로의 변신에 성공한 그는 매회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싱잉 인 더 레인'은 1952년 개봉된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다. 1983년 런던에서 초연된 이후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 무명의 뮤지컬 배우 캐시 샐든과 당대 최고의 영화배우 돈 락우드의 사랑 이야기이다.

특히 이 작품의 백미는 돈 락우드가 내리는 비를 맞으며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 제이 역시 여기에 매력을 느껴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

"소집해제 후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라 일주일 정도 고민하고 바로 선택했어요. 무대에서 비를 맞는 경험을 언제 또 할 수 있을까, 매력적으로 다가왔죠. 그리고 또 하나, 탭 댄스를 해보고 싶었어요. '할 수 있을까?'하는 도전적인 마음도 있었고요. 주위 사람들과도 상담을 많이 했는데, 대부분 '도전해봐라'는 식이었어요"

비 오는 날, 거리는 돈 락우드에게 곧 무대가 된다.

"계속 연습실에서 비가 내린다고 상상하면서 춤을 추다가 실제로 연습을 마치고 나오는데 비가 오는 거예요. 걸으면서 물을 발로 차고, 안무를 췄죠. 집에 오는 길 배우들과의 단체 채팅방이 있거든요. 거기에 비 맞으면서 탭 연습을 했다고 하니, 규현(슈퍼주니어) 역시 '나도 했어!' 그러더라고요(웃음)"

비 맞는 장면에 큰 매력을 느껴서 선택한 작품이지만, 멋있게 표현하고 싶은 만큼 어려움도 따른다.

"넘어지면 안 되니까, 긴장감도 있어요. 그런데 막상 무대 위에 올라가면 아무 생각이 안 나고, 순간을 즐겨요. 비가 생각보다 많이 내려서 앞이 안 보일 정도예요.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퍼붓거든요. 다행히 지금까지 대놓고 넘어진 적은 없어서(웃음). 할 때마다 조심스러운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모든 배우들이 부러워하는 장면이죠. 여배우들은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고 할 정도니까요. 저 역시도 무대에서 홀로 비를 맞으며 무대를 꾸민다는 벅찬 감동을 느낍니다"

'싱인 인 더 레인'만의 긴장감이 또 하나 있다.

"몸살이라도 나면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가 없으니까, 모두들 감기를 조심하고 있어요. 제가 걸리면 혹시 상대가 옮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제는 온몸에 돈 락우드가 베어있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탭을 계속하고 있어요.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거죠(웃음). 위는 가만히 있으면서도 발은 계속 움직여요. 감독님이 정신 사납다고 그만하라고 할 정도예요. 하하"

준비 기간이 짧았기에 긴장감은 배가 됐다.

"사실 굉장히 불안하기도 했어요. 연습을 하다가 '욕심이었나' 싶기도 했고요. 물론, 지금도 완벽하지는 않아요. 해내가면서 조금씩 발전하고 있습니다. 공연 없는 날도 나가서 연습하고, 무대 위에 오르기 전에 몸도 다 풀고 올라가려고 합니다"

"취미로 하는 것과는 습득 속도가 달라요. 당장 공연 날짜가 정해지니까 열심히 할 수밖에 없죠. 습득력과 집중력이 달라져요. 원래 성격이 꼼꼼하냐고요? 음...뮤지컬을 하면서 좀 바뀐 부분도 있죠. 하지 않았던 분야를 하고 싶었고, 답답하고 정체기가 오기도 했고요. 스스로 넘어서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힘든 것도 있죠. 하지만 결국 무대에서 해내면 한층 실력도 업그레이드될 수 있어요"

소집해제 후 2개월 만에 선택한 작품, '싱잉 인 더 레인'은 매우 만족스럽다.

제이의 첫 뮤지컬은 지난 2010년 '형제는 용감했다'이다. 이후 '락 오브 레이지', '삼총사'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뮤지컬 무대에 올랐다. 처음이란 것이 그렇듯 그에게도 쉽지 않은 순간이 있었다.

"뮤지컬은 모든 배우들이 똘똘 뭉쳐서 해야 하는 작업이에요. '형제는 용감했다' 당시엔 배우들과 합숙을 하면서 생활했는데, 밥과 청소를 제가 더 많이 하려고 했어요. 처음엔 약간의 거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진심은 통하더라고요. 먼저 나서서 열심히 하니까 알아주시더라고요. 모두 자기 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벽을 부수고, 깨고 들어가면 되는 거죠"

무엇보다 제이에게 '형제는 용감했다'는 남다른 의미의 작품이다.

"모든 것이 한꺼번에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어요. 여러 가지로 무너져 있는 상태였는데, 그때 만난 것이 '형제는 용감했다'였어요. 행복하고 즐거웠죠. 그래서 뮤지컬은 저에게 남다른 의미입니다"

"첫 작품에서 지금까지는 느껴보지 못한 전율을 경험했어요. '형제는 용감했다'에서 첫 공연 당시 뒤에서 나올 때 터져 나오는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는 가수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고,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그 무언가예요"

무대마다 달라지는 만큼 관객들의 반응 역시 매번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항상 반응이 좋을 수는 없어요. 유독 엄한 분위기 일 때가 있어요. 그럴 땐 배우들끼리도 뒤에서 '오늘 엄한 관객들이다'라고 이야기를 해요. 기에 눌릴 때도 있고요"

불안함 역시 여기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놓아 버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생각의 방향을 바꾸는 수밖에.

"하지만 매번 모든 관객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중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줬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날의 에너지로 할 수 없었던 부분은 또 노력해서 다른 공연을 통해 보여드리면 되는 거죠"

"많은 뮤지컬을 보러 다니고, 보면서 감동을 느끼죠. 무대 위 배우들을 보고 감탄하고 역할에 욕심을 내기도 하고요"

뮤지컬 외에도 드라마를 통해서도 연기력을 인정받은 그다.

"기본적으로 연기가 좋습니다. 뮤지컬이 좋은 이유는 순간에 살아있는 기분이 든다는 거예요. 드라마 역시 매력이 있지만, 힘든 것도 많죠. 짧은 시간 감정을 잡아서 표현해내야 하는데 아직 저에게는 어렵거든요. 선배들을 보면 감정 컨트롤을 자유자재로, 또 짧은 순간 감정을 표현하는 걸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항상 부족하다고, 그래서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상파 첫 도전이었던 드라마 '프레지던트'를 통해 현장에서 배워야 할 것들이 분명히 있다는 걸 깨달았다.

또 공연 역시 공연장의 크기에 따라 발성이 다르고, 기술적으로 달리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지금까지는 주로 대극장 위주의 공연만 해왔어요. 극장 사이즈에 따라 연기 역시 달라진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차이를 경험해보고 싶어서 기회가 된다면 소극장 공연에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연기에 대한 매력을 알고, 더 큰 욕심이 생기지만 쉽지 않다는 걸 잘 안다.

"정답이 없기 때문에 연기는 더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옆에 있는 사람들이 선생님이 되는 거죠"

연기자로서의 목표도 있다.

"어디에 내놓아도 잘 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드라마이든, 영화든, 또 무대 위에서든 그에 맞는 연기를 해내는 그런 배우. 최종적으로는 그렇게 되는 것이 꿈입니다. 아직도 걸음마 단계라고 생각하니까, 더 다양한 장르의 연기를 경험해보고 싶어요"

이젠 어엿한 '뮤지컬 배우'인 제이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김하진 이슈팀기자 /hajin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