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획량 증가한 건 300g 미만 소갈치 - 1㎏ 넘는 대(大)갈치는 여전히 귀해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최근 제주 은갈치가 ‘대풍’을 맞이했다. 고물가시대에 금(金)갈치로 불리는 갈치를 싸게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하지만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바는 사뭇 다르다. 여전히 제주 은갈치는 비싼 가격에 판매된다. 소비자들은 ‘갈치 풍년’을 전혀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최근 갈치 어획량을 감안하면 ‘20년만의 갈치 대풍’으로 불린다. 제주 4개 수협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도의 갈치 위판량은 2951톤을 기록했다. 621톤에 불과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4.8배 증가한 수치다. 이에 위판가도 전년 동기 대비 30% 수준 떨어졌다. 서귀포 수협에 따르면 선동(냉동) 갈치 32~33마리가 들어가는 10㎏ 기준 위판가는 지난해 7월초 18만원 선이었는데 올 7월초엔 13만~14만원 선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들의 체감도는 다르다. 여전히 비싸다.
실제 제주에선 갈치 ‘중급 이상’이 ㎏당 4만5000원~6만원 선에 경매 낙찰돼 종전과 다를 바 없이 높은 시세로 거래되고 있다. 이에 공판장을 들려 선물용이나 반찬용으로 갈치를 저렴하게 구매하려던 소비자들의 불만도 폭주하고 있다. 지난 6일 제주를 방문한 직장인 손준현(38) 씨는 “갈치가 대폭 싸졌다는 얘길 듣고 부모님께 드릴 갈치를 사려고 아침 일찍 공판장에 들렸는데 (여전히 높은 가격에) 많이 놀랐다”며 “갈치 대풍이라던데 상인들이 바가지 요금을 씌우는 건 아닌가 의심됐다”고 했다.
여기에는 그럴듯한 사연이 숨어 있다는 평가다.
지난 5월과 6월동안 제주 남쪽 먼바다의 수온이 높아져 갈치들의 먹잇감인 멸치 떼가 몰려 갈치 어획량이 증가하긴 했다. 하지만 이는 제주 연근해에서 많이 잡히는 작은 크기의 ‘풀갈치’로 평상시 수요가 높지 않은 품종이다. 보통 상품 가치가 있는 대(大)갈치는 마리당 1㎏가 넘어 10㎏ 한상자에 보통 8마리에서 9마리가 들어 있다. 지난달 300g 내외의 풀갈치의 어획량이 급증하면서 풀갈치의 시세가 급격히 하락한 것이다. 한 수협 관계자는 “풀갈치의 경우 10㎏ 상자당 3만원 정도밖에 안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위판가가 급락한 품목의 경우 10㎏ 한 상자에 35마리가 들어가는 갈치였다. 이마트가 오는 13일부터 19일까지 마리당 1만2000원선에 판매하던 것을 6200원에 판매한다는 ‘생제주은갈치 대(大)자’도 마리당 300g 내외의 갈치다.
또 남쪽 먼바다에서 어획된 물량의 경우 운반거리상 냉동을 시킬 수 밖에 없었고 이에 생갈치가 아닌 냉동 갈치의 위판 가격이 저렴해졌다.
이에 결국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갈치는 여전히 귀하다. 중간 크기 이상의 상품 갈치는 여전히 많이 잡히지 않아 소매가의 경우 지난해 6만~7만원 선에서 크게 변동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여름철엔 대갈치가 귀하다”며 “중간 크기 이상의 갈치의 어획량이 늘어나는 겨울철이 돼야 하는데 가격도 그때 돼서야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