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의 재산 합치면 빌 게이츠 넘어서 막대한 자금 동원 ‘규제 저지’ 로비 “금권정치 난무 양당체제 붕괴” 우려

‘빅머니’ 등 2권의 책 美서 출간 화제…가족사 등 정치적 영향력 배경 해부

“코치 브러더스를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억만장자들에게만 봉사하는 선거야말로 (진정한) 공포다.”(가디언, 10일)

“슈퍼리치의 ‘입맛’이 정치를 복권으로 만들 수 있다.“(파이낸셜 타임스, 13일)

“코치 브러더스는 미국 정치 지형을 어떻게 바꾸는가”(미국 공영방송 NPR, 5월 21일)

카를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의 몇 문구를 빌자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정계에 하나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 ‘코치 브라더스’라는 유령이. 이제까지의 미국 정치사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투쟁의 역사였으나 코치 브라더스는 ‘빅머니’가 정치를 지배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것이다. 양당체제를 대신한 금권정치의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최근 미국 정가에서 ‘코치 브러더스’가 최대의 화두가 되고 있다. 지난해 115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개인 기업으로는 미국 내 서열 2위인 석유ㆍ화학ㆍ에너지 기업 ‘코치 인더스트리’의 주인인 찰스 코치와 데이비드 코치가 주인공이다. 그들은 각각 413억달러의 재산으로 지난해 포브스가 꼽은 세계 갑부 순위 중 공동 6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둘의 재산을 합치면 세계 최고 갑부 빌 게이츠의 786억달러를 간단히 넘어선다.

철저하게 언론과 대중으로부터 은둔하고 있는 이들이 새삼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오는 11월 미국 중간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의 ‘최대 돈줄’로서 민주당과 시민 사회단체의 ‘공적(公敵)’으로 떠올랐을 뿐 아니라, 이들이 막강한 금권을 등에 업은 이들의 극단적인 ‘자유지상주의’가 미국의 전통적인 양당체제를 무너뜨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2012년 치러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이 ‘코치 브러더스’에 대한 비난으로부터 시작한 것은 물론이고, 최근 민주당 해리 리드 상원 원내 대표는 연방의회 연설에서 코치 브러더스를 원색적으로 공격하는 등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 시민들 역시 여기에 가세해 지난 5일에도 뉴욕에서 코치 형제의 ‘무제한적인’ 공화당 후원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코치가의 두 형제는 ‘번영을 위한 미국인들’(AFP) ‘자유동반자’(FP) 등 단체를 움직이고 있으며, 각종 보수주의 단체와 반기업적 규제철폐와 완전한 자유경쟁체제를 내세우는 수많은 연구, 재단을 후원하고 있다. 공화당의 ‘풀뿌리조직’으로 일컬어지는 ‘티파티’의 사실상 ‘물주’이기도 하다.

최근 미국에선 이들을 다룬 책이 2종이 출판돼 비상한 주목을 받았다. 진보 계열의 잡지 ‘마더 존스’의 대니얼 슐먼 기자가 쓴 ‘휘치타의 아들들: 코치 브러더스는 어떻게 미국의 가장 강력하고 비밀스러운 왕조가 됐는가’와 폴리티코의 케네스 보겔 기자가 쓴 ‘빅 머니: 25억달러와 수상한 차, 그리고 포주-미국 정치를 공중납치한 슈퍼리치의 궤적’이라는 책이다. 아울러 오손 웰스의 영화 ‘시민 케인’의 제목을 패러디한 다큐멘터리 ‘시민 코치’도 선을 보였다.

‘휘치타의 아들들’은 코치 인더스트리의 창업주인 프레드 코치와 찰스-데이비드를 포함한 네 아들들의 비밀스러운 가족사와 이들의 개인사 및 정치적 신념을 담아낸 책이다. 이에 따르면 아버지 프레드는 1930년대 소련에서 사업을 했으며 이 때 강력한 반공주의 시각을 갖게 됐다. 1930년대의 파시즘 정권인 독일, 일본, 이탈리아를 “미국이 따라야할 가장 모범적인 나라”로 꼽고 헤밍웨이를 ‘공산주의자’라며 혐오했던 인물이었다.

두 책을 비롯해 민주당 뿐 아니라 코치 브러더스의 막강한 후원을 등에 업은 공화당이나 좌우를 막론한 언론의 우려, 미국 시민사회의 걱정은 하나다. ‘코치 브러더스’는 공화당의 보수주의 정도가 아니라 국가의 역할을 ‘야경(夜警:치안)’에만 제한하는 극단적인 자유지상주의자들이다. 기후협약을 비롯해 어떠한 환경규제나 기업 규제에 대해 반대하고, 이를 위해 막대한 돈을 로비에 동원해 공화당 의원들까지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악명이 높다.

그러나 지난 2010년 이후 미국 연방법원은 시민, 정치단체(정치활동위원회 PAC)등에 무제한적인 모금이나 후원을 사실상 허용했다. 이것이 미국 양당체제의 붕괴를 가져오고, 정치인은 결국 슈퍼리치들이 각종 단체를 움직여 키우는 푸들이 되리라는 것이 미국 정가가 두려워하는 묵시록이다.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