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보강수업 계획을 위해 학생들에게 시간을 문의한 적이 있다. 하지만 “영어학원도 가야하고, 알바도 해야 하고, 인턴도 해야 해서 시간 못 내요.”라고 대답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리고 나를 놀라게 만드는 공통적인 대답이 있었다. “스펙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 농담 같지만 진실이다. 대학생들의 현실참여 부재를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그들 앞에 놓인 현실압박의 강도는 기성세대의 상상을 초월한다.

그렇다면 스펙의 존재의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비판을 방어하자면, 사회의 요구를 정확하게 충족시키는 젊은이들이 생산되는 기준을 설정하여 사회의 중추를 육성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 기준에 적합하지 않는 젊은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이는 이들이 생존하고 있는 것이지 생활하고 있는 게 아니라고 한다. 다시 말해 삶의 질이 형편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 변변치 못한 생활의 질은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은 커진다.

이렇듯 흙수저나 헬조선 같은 신조어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은 젊은 세대의 상실감과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도 큰 때다. 이처럼 인간의 가치를 잃어버리는 시대에 규범이나 도덕의 강요보다는 철학이 담긴 지혜 한마디가 더욱 힘이 될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경험 많은 철학 교수가 갓 성인이 된 여인, 릴라에게 보낸 편지를 바탕으로 한 “라틴어 편지”에서 소개하고 있는 라틴어 격언들은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넘어서기 위한 상세한 지도와 좋은 안내판 역할을 한다. 좋은 해설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작가는 세 가지 라틴어 격언, 즉 ‘아모르 파티’(Amor fati. 당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당신은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잊지 말라),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를 잡아라)을 기초로 하여 15개의 라틴어 격언을 통해 ‘인간은 세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며 행동해야 할까?’라는 물음에 답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독자가 최대한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써 내려갔다. 그러나 ‘알기 쉽게’가 ‘간단하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둘은 비슷하게 보이지만 전혀 다른 것이다. 모든 이들이 알고 있기에 ‘굳이 말할 필요는 없다’와 같은 것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또는 책을 읽으면서 ‘뭐가 그렇다는 거야’와 같은 분노를 느끼게 하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너무 당연하거나 단순해서 해석이 필요 없을 것 같은 라틴어 격언에 진지함을 부여하고, 복잡하게 해석될 수 있는 라틴어 격언의 의미를 빠르게 진행시키면서 ‘알기 쉽게’ 이해시킨다.

의학 전문서는 질병의 치료법은 있지만 ‘왜 늙는가’, ‘왜 죽는가’와 같은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없다. 이는 아마도 해답을 찾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입문서는 전문서에 비해 근원적 질문과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한다.

이렇듯 입문서란 전문가를 위해 저자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통해 독자의 지식을 쌓아 올려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대답할 수 없는 물음과 일반적인 해답이 없는 물음을 제시하고, 그것을 독자들에게 스스로의 문제로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천천히 곱씹어 보고 음미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라틴어 편지”는 훌륭한 입문서다.

역자 최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