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송형근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박근혜 지우기’에 나섰다. 특히 4강(미·중·일·러) 외교에서 기존 정부와 대척점이 뚜렷하게 보인다. 주요 현안이라 볼 수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와 한일 위안부 합의 등 민감한 현안은 ‘원점 논의론’까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 4강 외교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대미·대일 특사가 17일 각각 워싱턴과 도쿄로 출발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앞에 산적한 외교 현안을 풀어나가는 첫 발걸음을 디뎠다.  

4강 외교에서 가장 주목되는 건 미국과의 사드 배치 문제 논의다. 박근혜 정부 때 이미 합의돼 일부분 배치가 끝났지만, 정치권에서 여전히 논란이 진행중이다. 17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논란에 불씨를 피웠다. 그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법적인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미국으로) 돌려보내는 문제까지 포함해 살펴봐야 한다”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집권여당의 원내대표가 사드 배치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같은 날 미국으로 떠난 홍석현 대미 특사는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홍 특사는 “사드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는 (얘기를) 나누지 않았고,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간단히 언급했다”면서 “비용문제는 제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드 배치 과정에서 국내에 절차상 논란이 있다는 얘기를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에게) 했고, 국회에서 논의될 필요성을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외교가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사드 논의를 전략적 지렛대를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드 배치 원점 재검토라는 강수를 두기보다는, 박근혜 정부의 외교 기조와 대립각을 세워 대미 외교의 이점을 취한다는 계산이다.

같은 날 도쿄로 떠난 문희상 특사는 일본 정부를 향해 보다 강한 목소리를 냈다. 문 특사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긴밀한 연계를 확인했다. 다만,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견해 차를 좁히지 못했다.

문 특사는 이날 기시다 외무상에게 “국민 대다수가 위안부 합의를 정서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 등을 직시하고 그 바탕 위에서 지혜롭게 합의하도록 노력하자”고 했다. 그러나 기시다 외무상은 문 특사의 말에 “위안부 합의를 ‘포함’해 양국 관계를 적절히 관리해나가고 싶다”는 취지로만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문 대통령은 취임 다음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국민 정서가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대통령으로서 국민이 한일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점을 앞세워 어떻게든 변화가 필요하다는, 방침을 내비치면서 재논의 가능성에 방점을 찍었다.

 


sh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