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출산 후 시간선택제로 전환했지요. 근무시간을 2시간 줄였는데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줄 수 있고, 퇴근 후 돌볼 시간도 생겼습니다. 근무시간은 짧아졌지만, 일하는 동안 아이 걱정 안하니까 업무집중도가 높아진 것 같아요”

경기 성남시 중원구에서 피부, 뼈, 연골 등 인체조직 이식재를 만드는 바이오벤처기업 ㈜엘앤씨바이오(L&C BIO)에 다니는 A씨의 얘기다. 이 회사는 2011년 창업초기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힘들게 채용해도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제품 품질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시간선택제(신규채용형·전환형), 유연·재택근무제와 같은 일ㆍ가정 양립 제도를 도입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연구·디자인 등 전문인력을 시간선택제로 채용할 수 있었고, 직원 충성도와 근무만족도가 높아져 이직률도 크게 떨어졌다. 작년 말 월 1인당 생산액이 2013년보다 25% 높아진 반면 주 평균 잔업시간은 2시간 이상 줄었다. 만 1년 이상 재직자를 기준으로 한 이직률은 2014년 12.0%에서 2016년 5.8%로 크게 감소했다. 이직률은 뚝 떨어지고 생산성은 쑥 올라간 것이다.

이런 변화가 기업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져 ISO(국제표준기구) 품질인증을 획득한 데 이어 2015년 여성고용최우수기업(경기도 선정), 청년친화강소기업(고용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 결과 직원 11명에서 이제 54명 규모의 번듯한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이환철 엘앤씨바이오 대표는 11일 “많은 중소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이 인력과 비용 등을 이유로 일ㆍ가정 양립제 도입을 망설이고 있다”며 “그렇지만 인재를 채용하고 지킬 수 있는 확실한 투자가 바로 시간선택제 같은 제도라는 것을 실감했다”며 “인재 확보, 이직률 감소, 경영성과 향상이라는 1석3조의 효과를 거둬, 앞으로 제도를 더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엘앤씨바이오를 방문한 고용부 문기섭 고용정책실장은 “4차 산업혁명, 저출산 등 사회환경이 크게 변화함에 따라 일하는 시간과 장소를 유연하게 조절하는 일ㆍ가정 양립 제도가 이제는 기업과 국가의 생존전략이 됐다”며 “일하는 문화 개선을 위해 중소기업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ㆍ강화하는 한편, 대국민 캠페인 등 인식개선 노력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중소기업의 일ㆍ가정 양립 문화 확산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부터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등 전환형 시간선택제를 운영하는 기업에 전환근로자 1인당 월 최고 60만원(20만원↑) 지원하고 있다. 또한, 시차출퇴근, 재택ㆍ원격근무 등 유연근무제를 도입ㆍ운영하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활용 근로자 1인당 연간 최대 520만원으로 인상 적용하고 있으며, 조만간 지원대상을 중견기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재택ㆍ원격근무 도입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 지원사업도 새로이 도입하여 2000만원까지 지원한다. 2016년 말 현재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중소기업은 101곳이고, 시간선택제 시행으로 국비지원을 받는 중소기업은 5193곳이다.


dew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