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시급한데 국회의원은 '느긋' -'특권 버리기' 생색 내기에 급급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임기가 남은 국회의원을 지역 주민들이 소환해 해임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여야의 무관심 속에 후순위로 밀리면서 방치되고 있다. ‘특권 버리기’를 주창해온 20대 국회가 생색만 내고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는 지역 주민들이 국회의원을 해임할 수 있는 제정 법안 세 건이 계류 중이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황영철 바른정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국회의원의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안’과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안’이 그것이다.
이들 법안은 국회의원이 헌법을 위반하거나 직권 남용, 심각한 위법ㆍ부당한 행위, 품위에 맞지 않은 언행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경우 국민소환을 통해 임기 중이라도 해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은 2006년 제정된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기 중 해임이 가능하다. 선출직 공직자 중 국회의원만 유일하게 관련 법이 없다. 한번 당선되면 지역 민심에 반하는 행동을 해도 그대로 4년 임기를 보장받는 것이다. 이들 법안은 지난해 말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민심를 향해 ‘막가파’ 식 언행을 일삼은 보수진영 일부 국회의원을 겨냥한 측면이 크다. 야권은 분노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지난해 12월12일 처음으로 관련 법을 발의했지만, ‘쟁점 법안’에 밀려 논의하지 못했다.
민주당과 바른정당은 당론으로 국민소환법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도 큰 틀에서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여야 모두 ‘시급한 법안’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안전행정위 관계자는 “안행위에 계류된 법안이 너무 많아 2월 국회에선 지난해 11월까지 올라온 법안을 심사하기로 했다”면서 “다만 특별한 요청이 있거나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법안은 여야 합의로 신속하게 논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제정 법안 특성상 2월에 발의된 황영철ㆍ박주민 의원의 법안은 숙려시간(20일) 등 물리적으로 상정하기 어렵다고 해도, 김병욱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여야가 합의만 하면 바로 테이블에 올려 처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위헌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박주민 의원은 “시민사회는 국회 개혁 과제 중 최우선 순위로 국민소환법을 꼽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은 시급한 법안으로 생각하지만, 국민을 대변한다는 국회의원은 국민의 생각과 정반대라는 뜻이다. 박 의원은 “금배지를 달지 않는 것보다 국민소환법을 처리하는 게 가장 확실한 특권 버리기”라고 강조했다.
결국 국회의원 스스로 국민소환법을 처리할 의지가 없다는 얘기다. 국회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이 자신의 밥줄을 끊는 법안을 만들겠느냐”면서 “국민소환법은 안행위 차원에서 몇 몇 의원들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정치적 합의가 없으면 국민소환법은 그대로 폐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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