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영업중 모범택시 1992대…10년전 대비 40.3% 감소 -20~40대 승객 못잡아…서울ㆍ경기 등 수도권 92% 밀집 -콜택시 시스템 보편화로 경쟁서 밀려…경기 침체도 한 몫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야. 모범 잡으면 어떡해. 기사님께 죄송하다 말씀드리든지, 아니면 모른척하자.”

늦은 밤까지 이어진 직장상사, 친구들과의 술자리 후 멀리 보이는 택시를 잡으려 손을 들었을 때, 방향지시등을 켜며 다가오는 차량이 검은색에 ‘노란 모자’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누구나 한 번 쯤은 해봤을 법한 대화다. 기사분과 눈이 마주치기 전에 알아 차렸다면 뒤따르는 다른 택시를 잡는 척, 눈이 마주치면 ‘죄송하다’는 말로 떠나보내는게 대부분이다. 바로 ‘모범택시’를 대하는 많은 사람들의 익숙한 태도다.

올해로 도입 25년을 맞은 모범택시를 대하는 많은 사람들의 태도다. 이 같은 승객들의 외면을 이기지 못해 모범택시의 수는 해가 갈 수록 크게 줄어드는 모양새다.

16일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모범택시의 수는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6년 3335대에 이르렀던 모범택시의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지난 2009년 2600대로 줄어들었고, 10년이 지난 2016년에는 1992대로 10년전과 비교해 40.3%나 감소했다.

최근엔 심지어 모범택시가 운행하는 지역조차 줄어드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별 편차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2016년 11월말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 운영중인 모범택시의 수는 1832대로 전체의 92%에 다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역시 중에서도 대전과 울산에서는 모범택시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고, 도 단위의 광역자치지역에서는 경기도를 제외한 전체 지역에서 단 한 대의 모범택시도 운영되지 않고 있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 대부분의 모범택시가 운영 중이라고는 하지만 한창 잘 나가던때와 비교하면 그 수는 눈에 띄게 감소했다. 가장 많은 수의 모범택시가 거리를 누볐을 때 서울엔 4783대, 경기엔 920대에 이르는 모범택시가 있었다. 지금의 약 2.5배에 이른다.

경기침체로 인한 서민경제 위기와 함께 모범택시의 몰락을 부른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콜택시 시스템’의 보편화 때문이다. 모범택시의 전유물이던 콜택시 제도가 2000년도 중ㆍ후반부터 일반택시들로 보편화되고, ‘카카오택시’까지 등장하게 되면서 기본요금이 5000원에 이르는 고가에도 그동안 손님을 끌었던 모범택시만의 메리트가 대부분 사라지고 만 것이다.

남아있는 모범택시들 역시 더 이상 공차(空車) 상태로는 승객을 찾아 도로를 달리지 않는다. 연료인 LPG 가격이 급등하며 채산성을 이유로 공항과 철도역, 버스터미널 등에서 시동을 끄고 손님을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어졌기 때문이다.

주요 소비층인 20~40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카카오 블랙이나 우버 블랙 등 IT업체들이 수입 세단이나 최고급 토종 세단 차량을 섭외해 모범택시가 점유중인 고급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평소 카카오 블랙을 가끔 이용한다는 직장인 송용식(34) 씨는 “모범택시보다 수입 세단이 배차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고, 외관에 택시를 상징하는 ‘캡’ 등이 없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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