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속기간·위약벌 규정 등 마찰 동양생명, 채권단과 합의 못해 일부 육류 4월 유통기한 만료

6000억원 규모의 육류담보대출 사건이 육류 대란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저축은행과 캐피탈 등 17개사로 구성된 채권단이 최대 채권자인 동양생명의 공동실사요구를 거절하고 있어서다.

동양생명을 비롯해 저축은행, 캐피탈사 등 제2금융사들은 유통업자가 보관 중인 육류를 담보로 자금을 빌려주는 육류담보대출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일부 담보물에서 이중담보와 임의반출 등의 사기행각이 발견되면서 육류담보대출 사태가 불거졌다. 육류의 경우 유통기한이 짧아 매각이 늦어질 경우 담보물의 가치를 잃게 된다. 오는 4월부터 일부 육류의 유통기한이 만료될 예정이다.

육담대 피해 규모는 6000억원대. 이 가운데 동양생명의 연체금액이 2837억원으로 절반에 이른다. 이들 연체 대출의 담보물 대부분은 타 금융사와 중복대출이 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동양생명은 공동조사를 위해 채권단을 꾸린 다른 금융사와 달리 독자적으로 조사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공동담보물의 주인을 가리기 위해서는 공동실사가 필요하다. 채권자들 간 대조 작업을 거쳐야만 매각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최대 채권자인 동양생명은 채권단에 공동실사를 제안했다. 이러자 채권단에서는 동양생명의 채권단 가입을 요구했다. 양측은 협상을 통해 공동실사로 공동담보물을 매각하고 처분대금은 공동예치(에스크로)를 통해 관리하자는 데까지는 합의를 했다. 그런데 ‘채권단 탈퇴 규정’과 ‘위약벌 규정’ 등을 놓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동양생명은 채권단 존속기간으로 6개월을 원했지만 채권단은 12개월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채권단은 간사기관(8개사) 협의회를 통해 합의서를 안 지킨 회사에 벌금을 부과하는 위약벌 규정을 추가하길 원했고, 동양생명 측은 이를 거부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채권단 존속기간을 6개월 더 연장하는 안에 대해서는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위약벌 규정은 이번 사태에 불필요하고 동양생명이 일방적으로 불이익을 볼 수 있어 수용 불가 입장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양쪽은 개별 실사를 끝낸 상태다. 동양생명과 채권단의 장부를 대조한 후 담보물의 주인을 가려 매각만 진행하면 된다. 대조 작업은 불과 열흘이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다.

동양생명 측은 채권단 합류여부와 관련없이 공동실사는 하자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채권단은 우선 채권단끼지 얽힌 고기를 확인하고 이들부터 우선 팔아 대금을 확보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공동실사 없이 각 채권자들이 따로따로 매각할 경우 향후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한희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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