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명절에 재미 못본 재래시장 -상인들 “장사 너무 어렵다” 한숨 -일각선 “재래시장 이젠 변화 필요” -젊은이 발길 외면에 착잡한 시선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지붕을 올리면 뭐해요. 그런다고 사람이 오는 것도 아니더군요.”

설 명절은 끝났다. 근데 예전같이 행복하기만한 명절은 아니었다. 경기 불황으로 예전만큼 명절 대목을 누리지 못한 곳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전통시장이 대표적이다. 명절을 앞두고 북적이던 재래시장은 예전보다 확실히 활력을 잃었다. 이번 명절 재래시장의 매출 성과는 기대치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명절을 계기로 찾은 전통시장에는 눈이 덮여있었다. 하루종일 영하 10도의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내린 눈으로 전통시장으로 진입하는 도로는 빙판길. 곳곳에선 매서운 추위가 설 연휴 직전 이어지면서 대목을 노리던 전통시장 분위기도 덩달아 썰렁했다. 시장에는 주부들과 시장을 구경하는 외국인들이 눈에 띄면서 평소보다는 붐볐지만 상인들은 입을모아 “이것보다 잘 돼야 한다”고 했다.

설 연휴를 사흘 앞둔 최근 기자는 서울 남대문시장과 후암시장 등 전통시장을 둘러봤다. 남대문시장은 서울의 대표 도매시장으로 자리해왔고, 후암시장은 현대화 사업이 진행돼 지붕을 올리고 다양한 도로개선작업도 이뤄진 시장이다.

두 시장에서 느껴진 분위기는 ‘엇박자’였다. 상인들은 노력하는데도 매출이 나오지 않는다고 억울함을 토로했고, 여기에 시민들은 “전통시장을 안가는 데는 이유가 있다”며 변화를 촉구했다.

한 청과물 상인은 “젊은사람이 오지 않으니 매출이 나올리가 없다”면서 “필요한건 스마트폰으로 사버리니까, 전통시장까지 찾아올 리가 없다. 매출이 지난해의 반토막이 났다”고 털어놨다.

30일 소상공인진흥공단에 따르면 전통시장 매출액은 지난 2004년 전체 매출액이 40조원에 육박했지만, 지난 2014년에는 20조1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 2010년 21조4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20조원 전후를 오르내리는 중이다. 10년 새 절반이상 매출액이 감소한 셈이다.

그러다보니 상인들의 한숨소리는 더욱 깊어만 간다. 한 수산물 시장 상인은 “젊은 사람들은 동태포 썰어둔 것과 회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면서 “인터넷에서는 상품 설명도 나오고, 배송도 빠르게 해주니까 전통시장이 상대가 될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정육업체 주인도 “남대문시장에서는 만두집, 핫바집만 잘된다”면서 “젊은 사람들은 전통시장을 구경하러 오는 관광객뿐이지, 와서 상품을 사는 경우는 드물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기자 눈에는 남대문시장 한쪽에선 상인들이 과일과 채소가 어는 것을 막기 위해 비닐과 이불 등으로 물건들을 덮어놓고 있는 광경이 들어왔다. 물건이 팔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일을 담요로 덮어둔 상인들은 한손에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들고 함께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상인들은 저마다 ‘장사가 안된다’며 아쉬워했다. 건어물 상점을 운영하는 지모(58) 씨는 “가자미랑 부세(참조기와 비슷한 어류) 물건이 참 잘 나왔는데 사가는 사람이 없네(웃음)”라며 한숨을 쉬었다. 청과점 주인 박모(51ㆍ여) 씨는 “하도 뉴스에서 경기 어렵다 어렵다 하니깐 사람들이 겁먹고 더 돈을 안쓰는 것 같다”며 “열심히 하는데 잘 안되니까 아쉽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시장에서 만난 소비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한 시장 입구에서 만난 직장인 박세환(30ㆍ서울 용산구) 씨는 “모르고 시장에 가면 사기를 당하기 십상”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회사가 이 근처에 있어 귀가할 때 종종 상품을 구입하고 가지만, 집에 가서 상품을 확인하면 진무른 경우가 많다”며 “그럴때면 이래서 전통시장이 안되는구나. 속으로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박 씨는 이날 전통시장에서 순대와 떡볶이를 구입해 귀가했다.

이날 한 시장에서 육류를 구입한 박상연(58ㆍ서울 마포구) 씨도 “나는 옛날사람이라 그런지 전통시장을 자주 가지만, 젊은 사람들은 깔끔한 것만 찾으니 전통시장을 아무래도 잘 안오는 것 같다”며 “인터넷으로 상품을 판다든지, 제품을 더욱 정갈하게 담는다든지 (재래시장도) 눈에 띄는 변화를 가져올 방법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