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치소서 서초사옥 직행 특검수사로 경영활동 타격 우려 최지성·장춘기 등 핵심 경영진까지 재판 받아야 법원이 19일 새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삼성은 사상초유의 ‘리더십 공백’이란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벗어났다.
삼성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아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총수 유고 사태는 피했지만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가 진행 중인만큼 상황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그룹 수뇌부도 당분간 수사에 집중할 수 밖에 없어 삼성의 1분기 경영활동은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법원의 영장 기각 결정이 나오자 삼성은 “불구속 상태에서 진실을 가릴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임직원들은 이날 새벽 법원 결정이 나올 때까지 서울 서초사옥과 서울구치소에서 밤새 대기하면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을 비롯한 팀장 7명 등 수뇌부 전원은 서초사옥에서 철야 대기했다. 미전실 임직원 10여 명은 이 부회장이 대기하는 서울구치소 주변에서 밤을 지새웠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6시 14분께 서울구치소를 나섰다. 이 부회장이 미리 준비된 체어맨 차량을 타고 향한 곳은 자택이 아닌 서초사옥이다.
앞서 지난 13일 오전에도 22시간에 걸친 특검의 고강도 조사를 받은 후 이 부회장이 가장 먼저 찾은 곳도 서초사옥이다. 이는 삼성 임직원을 격려하고 그룹 주요 현안을 점검한 뒤 귀가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총수 유고사태를 면한 삼성은 한결 신중한 입장이다. 법원이 이 부회장의 영장을 기각했지만 특검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그룹 수뇌부에 대한 재소환과 압수수색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향후 그룹 수뇌부가 기소되면 재판과정에서 유무죄를 다퉈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삼성 관계자는 “일단 구속은 면해 업무를 보면서 수사와 재판에 임할수 있어 다행이지만 뇌물공여와 횡령 등 혐의를 완전히 벗은건 아니다”며 “수사와 재판 과정이 마무리될때까지는 결코 안심할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났지만 삼성을 둘러싼 상황은 험난하다. 특검의 연장 여부에 따라 1분기까지는 그룹 수뇌부가 수사에 대비해야하는 만큼 경영시계가 제대로 돌아가기 힘들다.
지난해 연말부터 미뤄왔던 각종 현안이 산적해있지만 경영에만 매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두달째 사실상 올스톱 상태인 삼성 경영 일선 곳곳에 이미 적신호가 켜졌다.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이 기약없이 미뤄지면서 계열사 경영전략을 확정할 여력도 없다. 예년처럼 1월말까지 마무리되던 신년 경영계획과 3월부터 실시되는 신입사원 채용계획도 잡지 못하고 있다. 삼성의 신성장동력을 위한 사업재편이나 인수합병(M&A) 등도 잠정 중단됐다.
특히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지주사 전환 등 주요 현안은 밑그림조차 그리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빈손으로 주주들을 맞아야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올해 삼성전자 주총에서는 지주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 배당확대, 외국인 최고경영자(CEO) 사외이사 선임, 거버넌스위원회 설립 등이 다뤄질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로선 모두 무산될 위기다.
삼성그룹 내부 동요도 상당하다. 삼성은 지난해 11월초부터 검찰 압수수색과 소환조사,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특검수사 등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일상적인 경영활동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검찰수사, 청문회, 특검이 이어지면서 경영환경은 시계제로”라며 “그룹 수뇌부가 여전히 수사받는 상황이지만 힘들더라도 분위기를 다 잡아가야한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