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갤럭시노트7 악제를 딛고 신규 전장사업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호황, 그리고 새 스마트폰 갤럭시S8로 비상(飛上)을 꿈꾸던 삼성이 최순실 사태와 특검발 위기에 빠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및 삼성그룹과 박근혜, 최순실의 대가성 거래 여부에 대한 정치적 논란, 그리고 구속 우려가 자칫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의 경영에 까지 악영향을 미칠 기세다. 14일 정치권 및 법조계에 따르면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 공여 또는 횡령 및 배임 피의자로 보고 있다. 특검은 빠르면 이날 오후까지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특검은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대한 삼성의 출연이나 최순실과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 관련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직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사전 판단하고 수사를 몰아가고 있다. 지난해 박 대통령과 독대도 통상적인 대통령과 그룹 총수의 대화가 아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대한 직접적인 청탁이 오간 것으로 보고 수사를 강도높게 진행 중이다.
전날 이 부회장이 22시간의 마라톤 조사 끝에 특검 조사를 마치고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예상 밖으로 조사가 길어지면서 특검 주변에서는 이 부회장 측과 특검 간 법리 다툼, 논리 싸움이 그만큼 치열했다는 방증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 및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과 삼성 측의 직접적인 대가성 및 연관성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 그리고 법원의 수용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검팀 주변에서는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높고, 정황상 이유로 구속이 집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자신하고 있다. 반면 재계 및 또 다른 법조계에서는 의혹과 시나리오 만으로 직접적인 구속으로 이어지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삼성전자는 물론, 그룹 전반의 경영 활동에도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말 전격적으로 인수를 발표한 미국 전장 및 음향기기 기업 하만 인터내셔널 인수다. 전자 업계에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자동차 전장 사업 1위 업체인 하만을 인수함으로써, 삼성은 단숨에 신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하만의 주요 주주인 미국계 헤지펀드가 반대 뜻을 밝힌 데 이어 이달 초 소액 주주들이 합병에 반대하는 집단소송을 내는 가운데 올 3분기까지 인수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 수뇌부의 활약이 절실한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하만 인수는 발표 당시 삼성의 전장 사업 본격 진출, 그룹의
신성장사업 창출 면에서 이 부회장의 승부수라는 해석이 많았다”며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출발한 하만 인수가 이 부회장의 본인의 신병 문제와 얽히면서 어떻게 풀릴 지 지켜볼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업황 사이클과 맞물려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사업과 관련한 보다 공격적인 대규모 투자, 또 지난해 말 일시적 부진에 빠진 스마트폰 사업을 구원할 갤럭시S8 발표 등 삼성전자와 우리 경제에 굵직한 현안에 미칠 악영향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편 이번 삼성의 총수가 뇌물 공여 피의자로 검찰에 소환되는 장면은외국 언론들도 놀라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이나 이 부회장은 재단이나 최순실씨 모녀에게 건너간 돈이 대가를 기대한 뇌물이 아니라 권력의 강압에 의한 강제적 지원이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든, 그렇지 않든, 이 부회장은 앞으로 법정에서 지난하고 치열한 진실 공방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choijh@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