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100일 결과는 ‘양극화’

-1차 술집ㆍ저가 식당은 피해 無

-손님끊긴 2차ㆍ3차 술집은 울상

-택시기사들도 “10시면 집에가요”

[헤럴드경제=김성우ㆍ구민정 기자] “솔직히 피해가 거의 없어요. 오히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가 더 크죠.”

경남 창원시 마산터미널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민모(50) 씨는 “사실상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여파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민 씨의 삭당에서 판매하는 음식은 인당 1만원 내외의 저렴한 백반식이다. 술을 곁들여도 3만원을 넘지 않는다. 민 씨는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난해 9월28일 직후에는 매장에 손님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들었지만 1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서 회복됐다고 했다. 되레 걱정되는 것은 AI다. ‘점보계란말이’란 이름으로 대형 계란말이를 판매하는데 계란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민 씨는 “계란값이 올라서 양을 좀 줄였다”면서 “가격 더 오르면 메뉴에서 일시적으로 뺄 계획”이라고 했다.

청탁금지법이 지난해 시행된 후 5일로 100일을 맞는다. 법이 낳은 것은 ‘부패 척결’이 아닌 ‘양극화’다. 모르는 사람과의 약속ㆍ일 때문에 만나는 자리는 그 수가 줄어들었고 간소화됐다. 대신 친밀한 관계에서의 청탁은 음지로 숨어버렸다.

식당가도 여기에 맞춰 희비가 엇갈렸다. 저렴한 가격대의 음식집이나 1차 술자리 식당은 ‘김영란법 여파’에 시큰둥한 반응이지만, 2차ㆍ3차 술집들은 저마다 “죽겠다”며 아우성이다.

A그룹 홍보실 임원 B 씨는 “김영란법 이후에 골프약속은 사라졌지만, 술자리는 하나도 줄어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신 술자리 맴버가 바뀌었다. 이전보다 좀 더 친하고 가까운 사람을 자주보게 됐다. B 씨는 “(김영란법으로 인해) 저녁자리를 권유하는 게 부담스러운 환경이 됐다”며 “우리 입장에서도 가까운 사람과 저녁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닭갈비집을 운영하는 최모(56) 씨는 “우리 가게는 많이 먹어도 1인당 3만원이 넘지 않는다”며 “김영란법이 시행된 뒤로 매출이 줄어든 걸 모르겠다”고 했다. 최 씨의 가게는 주영업시간이 점심과 저녁 식사시간이다. 오후10시만 되면 매장문을 닫는다.

한편 서울 중심가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양모(29) 씨는 “김영란법 이후 매출이 줄었다”고 했다. 양 씨가 운영하는 술집은 대개 10시 이후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는 가게다. 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2차와 3차를 즐기기 위해 가게를 찾는다. 하지만 김영란법 이후 가게를 찾던 낵타이부대의 발길일 끊겼다. 양 씨는 “너무 장사가 안되니까 최근에 다른 가게들처럼 점심 식단을 준비했다”고 했다.

2차와 3차 술자리를 마친 손님을 대상으로 대목을 누리던 택시기사들도 김영란법 이후 손님이 줄었다. 개인택시는 일찍 영업을 마치고 집에 가고, 법인택시들은 회사에 내는 사납금 16만원을 맞추기조차 빠듯해졌다.

개인택시 택시기사 C 씨는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에 오후 10시만 되면 집에 들어간다”며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된 것은 좋지만 수익은 30%이상 감소했다”고 했다.

4일 오전 4시께 만난 법인택시 기사 박용문(54ㆍ서울 강북구) 씨는 “오전 1시가 되면 손님이 딱 끊긴다”면서 “오전5시면 퇴근해야 하는데 사납금을 간신히 맞출 것 같다. 송년회 시즌인 12월에도 재미를 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김영란법으로 인해 우려했던 것만큼 큰 타격은 없는 것 같다”면서도 “피해사례가 나오는 것은 주로 택시나 2차 술집 등에 한정된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