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태국 국왕이 군부의 쿠데타를 발생 5일 만에 전격 승인한 것은 ‘권력’에 대한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국을 장악하고도 쿠데타의 정당성이 부족했던 군부는 왕실의 승인으로 향후 정권 통제에 날개를 달게됐다. 친서민 세력의 급속 성장으로 지지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한 왕실도 군부와의 협력이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라윳 찬-오차 태국 육군참모총장은 2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푸미폰 아둔야뎃<사진> 국왕이 자신을 국가평화질서회의(NCPO)의 의장으로 공식 승인해 과도정부를 이끌어가게 됐다고 밝혔다. 22일 쿠데타 선언이 나온 지 5일 만이다.

국왕의 승인으로 군부는 쿠데타의 정통성을 인정받게 됐다.

지난 2006년 쿠데타 때는 왕실이 바로 다음날 승인한 반면, 이번엔 쿠데타 선언 4일이 지나도록 반응을 내놓지 않아 군부의 정통성에 의문부호가 따라붙었다.

이 같은 한계 때문에 프라윳 총장은 쿠데타 직후 푸미폰 국왕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승인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올해 86세인 푸미폰 국왕은 최근 건강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왕권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왕위 승계를 둘러싼 잡음도 끊임없이 발생했다.

지난 2006년 실각한 탁신 친나왓 전 총리는 푸미폰 국왕 대신 후계자인 마하 와찌랄롱꼰 왕세자의 편을 들어 왕실 내 팽팽한 긴장을 촉발했다고 AP 통신과 AFP 통신은 지적했다.

특히 와찌랄롱꼰 왕세자가 쿠데타 직전인 18일부터 영국에 머무르고 있다고 전해지면서 도피설까지 일었다.

탁신의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 전 총리도 2011년 집권 뒤 잇달아 내놓은 대중영합적 정책으로 서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면서 왕실에 위협감을 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군부는 이번에 소환한 200여명의 정치운동가와 언론인 대부분에 ‘왕실 모독죄’(형법 112조)라는 죄목을 붙여 왕실에 손을 내밀었고, 왕실로서도 이를 뿌리치기 어려웠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지난 1946년 즉위한 푸미폰 국왕은 최소 300억달러의 재산을 보유, 포브스에 의해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왕으로 선정된 바 있다. 지금까지는 태국 국민들의 막대한 지지를 받아왔으나, 민주주의가 태국 사회에 뿌리를 내리면서 왕실에 대한 불만도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왕실 모독죄 때문에 비판적 목소리가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태국 정국에 정통한 언론가 앤드류 마셜은 “영국 등 다른 왕정과 달리 태국에선 왕실을 칭송하지 않으면 감옥에 갈 수 있다”면서 “그동안 사회 바닥에 머물러 있던 최하층민들이 이젠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