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채권펀드 -3.29% 수익률

美 대선후 25조 이탈 美시장 유입

달러지수 2003년이후 최고치

금리인상여파 터키리라화 2%

신흥국 달러부채 140조 내년만기

금리 가파르게 오를땐 설상가상

지난 15일 미국 통화정책회의(FOMC)의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에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신흥국에서 미국으로의 자금 유출이 금리 인상으로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신흥 시장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애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 이후(11/9~12/9) 신흥국 주식펀드는 -2.5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신흥국 채권펀드(-3.29%)는 해외 채권펀드 중 최저치를 찍기도 했다. 반면, 북미주식펀드는 4.93%의 높은 수익률을 냈다.

펀드 설정액 증감을 보면, 펀드 자금 유출도 반대 곡선을 그렸다. 신흥국 주식펀드와 신흥국 채권 펀드에서는 같은 기간 각각 120억원, 28억원이 빠져나갔지만, 북미 주식 펀드에는 257억원이 유입됐다.

이날 시장조사기관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에 따르면, 트럼프의 당선 이후 지난 한 달새(11월 8일∼12월 7일) 신흥국 주식펀드(90억8100만달러)와 신흥국 채권펀드(119억6500만달러)에서 총 210억 달러(약 25조 원) 이상이 순유출됐다.

이렇게 빠져나간 돈은 대부분 선진국, 특히 미국 주식으로 유입됐다. 선진국주식펀드로 들어간 자금은 422억7800만달러로, 특히 북미주식펀드에 420억1500만달러가 집중됐다.

이는 지난달 트럼프 당선 이후 인프라 투자 기대감과 더불어 달러화 강세가 탄력을 받으면서 신흥국 자금이 대거 미국으로 몰려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강달러 기조가 점차 약해지고 유가 상승으로 원자재를 기반으로 한 신흥국에 호재로 작용하면서 최근 일주일새 외국인 자금 유입세가 포착됐다.

최근 일주일 신흥국 주식펀드(1.18%), 신흥국 채권펀드(0.58%)의 수익률을 플러스로 전환, 자금 유출도 각각 20억원, 18억원으로 약화된 모습을 보였다. 북미 주식펀드도 1.41%의 수익률을 기록, 다시 1241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외국인의 유입세가 내년 1월 트럼프 취임과 더불어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가 추가적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또 한 번 뭉칫돈이 신흥국을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각) 재닛 옐런 Fed 의장은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25bp) 인상하고 내년에도 3차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연방기금금리 선물가격에 내재된 2017년 금리인상 횟수 전망치는 3회 인상확률(7%포인트), 4회 인상 확률(10%포인트) 모두 전날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연준의 금리 인상 발표 이후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측정하는 달러지수는 2003년 1월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이날 하루만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와 터키 리라화 모두 2% 안팎의 하락세를 보였고 멕시코 페소와 러시아 루블, 브라질 헤알도 1% 넘게 떨어졌다. 멕시코 페소는 트럼프가 당선된 지난달 8일 이후 관세 폭탄 우려에 7% 이상 하락했다.

여기에 지난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때 신흥국이 외화 표시 채권을 대거 발행, 신흥국의 달러 부채 중 140조원이 내년 만기를 앞두고 있어 빚더미에 앉을 위기에 처했다. LG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으로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모두 3조5000억달러(4105조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에 내년 1월 트럼프 취임과 더불어 추가적 금리인상이 있을 경우 신흥국 자금이 미국으로 쏠리는 현상은 더욱 가소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HSBC의 글로벌리서치팀은 보고서를 통해 “남아프리카, 터키, 멕시코, 말레이시아 등 달러 부채가 많은 지역에서의 자금 유출이 심화될 것”이라면서 “지금부터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5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신흥국의 채권형 펀드 자금 유출 규모가 주식형 펀드 유출 규모를 웃도는 것은 향후 자금 이탈 압력이 심화할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그동안 신흥국 자금흐름을 지지했던 채권형 펀드의 자금 유출이 가속화되면 그 여파는 예상보다 커질 수 있어 신흥국 투자에 좀 더 신중해야 할 시기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