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세렌디피티(serendipity)의 뜻은 ‘뜻밖의 재미’다.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사이, 평소의 하루와는 조금다른 ‘특별한 일’이 나도 모르게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지고 그런 기대가 더 커지는 것이 바로 ‘연말’이다.
왠지모르게 연말은 행운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린다. 1년을 한 달여 앞둔 순간부터, 달력이 끝을 향하는 순간까지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한 기대로 부풀어올랐던 것 마냥, ‘연말’을 맞은 설렘 속에는 뜻밖의 재미에 대한 기대가 섞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마치 여자친구가 건넨 ’콜레라 시대의 사랑’ 속에서 사라의 이름과 연락처를 운명적으로 발견한 영화 세렌디피티 속 존처럼 말이다.
들뜬 연말분위기에 맞춰 유통업계에서는 각종 ‘럭키박스’ 프로모션을 더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상자를 열어보기 전까지는 내용물을 알 수 없는 데다가 통상 구입가를 뛰어넘는 금액의 상품들이 들어있기 때문에 럭키박스를 ‘꽝 없는 로또’라고 불리기도 한다.
한 뷰티큐레이션 업체인 M브랜드의 ‘럭키박스’ 이후 뷰티시장에서는 비슷한 형태의 마케팅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긴 줄을 감내해야지만 얻을 수 있다는 스타벅스의 럭키박스를 비롯해 최근에는 스포츠, 아웃도어업계까지 럭키박스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매장 그랜드 오픈 기념 행사로도 자주 열린다.
돈을 주고 구입하는 소비자는 정작 자신이 무엇을 갖게 될 지 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긴 기다림, 일정도 이상의 비용 지불을 감수한다. 지난 10월 온라인으로 인터넷 화장품 브랜드의 럭키박스를 구입한 이 모(24) 씨는 “O브랜드의 럭키박스를 2만원이 조금 넘는 구입에 샀는데 내용물의 가격을 다 합치니 20만원이 훌쩍 넘었다”며 “필요한 것만 갖고 남은 것은 다른 사람들한테 선물로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럭키박스가 정말 ‘럭키’ 하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이미 온라인에서는 일부러 소비자가격을 다르게 공개해 럭키박스를 받은 소비자들이 마치 ‘자신이 득템 한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만들었다는 ‘의혹’들이 돌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상품이 ‘배송’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고객 감사용 프로모션을 표방하면서 정작 ‘상술용’이라는 지적도 높다. 일각에서는 럭키박스가 업체의 재고떨이용 행사이며 이것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완판되자 업체가 불황형 소비를 교묘하게 악용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물론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르는 상자를 열어보는 ‘재미’를 누릴 수 있는 것은 럭키박스만의 매력이다. 실제로 과거 유행했던 M브랜드의 럭키박스는 30~40만원을 훌쩍넘는 럭키박스 당첨자들이 인증샷을 올리면서 ‘럭키박스’가 정말 ‘럭키’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기도 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럭키박스가 이렇더라 저렇더라는 이야기가 많지만 기본적으로는 고객에 대한 감사행사와 제품 프로모션적 성격이 짙다”며 “큰 걸 바라기 보다는 일종의 재미로 한 두 번쯤 구입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