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정부, 사생활 보호ㆍ사이버 보안ㆍ윤리적 고려 등 15가지 성능지침 제시
-운전자의 사생활 보호나 디지털 보안과 관련한 입법 구조화 필요
-정부도 자율주행차 세부적인 결함, 사고 정보 등 확보할 수 있어야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자율주행 자동차 이용자는 개인 생체 정보나 형태와 같은 개인정보의 수집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미 연방 자율주행차 성능지침 2)
‘자율주행차는 사이버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보안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미 연방 자율주행차 성능지침 4)
현대자동차가 차량간 정보 교환을 통해 기초적인 자율주행이 가능한 커넥티트카의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ccOS(Connected Car Operating System) 개발 전략을 지난달 31일 공개하는 등 자율주행자동차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된 가운데 국내 자율주행차와 관련한 법률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주목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행한 ‘이슈와 논점(제1217호)‘에서 ‘미국의 자율주행자동차 관련 법, 제도 변화 내용과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지난 9월 미 연방 교통부(Department of Transportation)와 자동차 정책을 총괄하는 연방기관인 도로교통안전청(NHTSA)이 제시한 15가지 항목의 자율주행차 성능지침을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자율주행차 성능지침 항목에는 ▷데이터 기록과 공유, ▷사생활 보호, ▷시스템 안전, ▷사이버 보안, ▷인간-기계 인터페이스, ▷충돌 성능, ▷소비자 교육과 훈련, ▷등록 및 인증, ▷사고 후 대처, ▷연방ㆍ주 및 지역법률, ▷윤리적 고려, ▷운영설계, ▷인식과 대처, ▷비상대처, ▷검증 등이 담겼다.
이들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사생활 보호’와 ‘사이버 보안’ 항목이다. 자율주행차는 수많은 데이터를 생산하고 활용하는 시스템인데, 개인 생체정보의 수집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하며, 사이버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보안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동차 제조사는 보안 관련 프로그램과 평가 내용을 기록해야 하고, 이 정보는 동일 산업 분야 내에서 공유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자율주행차의 경우 ‘안전’에 대한 우려가 많기 때문에 ▷시스템 오작동이나 정지, 교통사고 등의 상황에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물론 운전자의 자율주행이 어려운 상황을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인간-기계 인터페이스’, ▷사고시 승객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충돌 성능’, ▷소비자에게 자율주행차의 기능과 한계, 긴급 상황 대처 요령 등을 충분히 설명하는 ‘소비자 교육과 훈련’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운전자가 도로 위에서 겪게 되는 윤리적인 부분도 지침에 포함되어 있다. 즉 사람이 운전 중에 여러 가지 윤리적 판단을 하는 것처럼 사고 위험시 어떻게 승객과 주변을 보호하는 지에 대한 판단이 요구되는 상황별 대응전략이나 프로그램을 정부에 보고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는 셈이다.
기존 도로교통법률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일정 기준을 제시한다. 자율주행차는 운전자에 적용되는 지역별 법과 관습을 지켜야 하지만, 충돌 등 긴급 상황 대처를 위한 잠시 중앙선을 넘는 등의 일시적인 법령 위반 행위는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논의 중인 상용화된 자율주행차의 일반 도로 주행 관련 법령의 내용도 소개했다. 수정 작업을 거치고 있는 내용이지만,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 제조사 자체의 안전 인증과 제3의 객관적 검증 기관의 인증 절차를 거치게 했으며, ▷자율주행차 운전자의 경우 자율주행에 맞는 별도의 면허를 취득하며, ▷자율주행차에는 반드시 운전자가 탑승해야 하며, 교통법규 위반 등에 대한 책임도 운전자가 지게 된다는 것이 골자이다. 또 법령에는 자율주행차 제조사는 자율주행을 통해 수집되는 사적 정보를 포함한 모든 정보를 운전자에게 알려야 하고, 일부 개인 정보는 운전자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도 지난해 8월 자율주행자동차의 정의 및 시험 운영 근거가 ‘자동차관리법’을 통해 마련됐고, 세부 사항을 ‘자율주행자동차의 안전운행요건 및 시험운행 등에 관한 규정’에 담았지만, 관련 법률과 제도의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박준환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자율주행차가 사회에 미칠 영향이 불확실한 만큼 자율주행차에 대한 법제화 과정이 일반적 경우보다 보다 폭넓고 심도 있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며, ”국내 입법 논의가 자율주행차의 구체적 운행 요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을 넘어 운전자의 사생활 보호나 디지털 보안과 관련한 입법 사항에 대해서도 구조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 역시 자율주행차의 세부적인 차량 결함이나 사고 정보 등을 확보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pdj24@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