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유럽의회 선거 개막을 하루 앞두고 과거 소련의 위성국가였던 불가리아가 ‘친(親)서방’과 ‘친러시아’로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 불가리아 경제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든든한 지원군인 유럽연합(EU)에 기대야 한다는 입장과 공산주의 ‘형님 국가’였던 러시아를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특히 양측의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이 계속됨에 따라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 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AFP 통신은 “EU 최빈국인 불가리아 경제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과 EU의 대러 제재에 모두 취약하다”면서 “불가리아 정치 지도자들이 양쪽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타협점을 찾느라 곤경에 빠졌다”고 전했다.
실제 불가리아는 러시아와 경제ㆍ역사ㆍ문화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무엇보다 불가리아는 러시아 국영 가즈프롬으로부터 가스 소비량의 85% 가까이를 우크라이나를 통해 수입하는 등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다.
또 러시아 최대 민간 석유기업 루코일이 불가리아 내 최대 석유 정제시설을 소유하고 있으며, 소련 시절 지어진 원자력발전소에선 러시아산 우라늄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 중이다.
역사적으로는 1878년 제정러시아와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전쟁 결과 불가리아가 500년 간의 투르크 지배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이를 계기로 러시아에 대한 국민적 호감이 높다.
뿐만 아니라 양국의 언어, 종교, 문화가 유사해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EU보다 러시아의 손을 들어주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치러진 세 번의 여론조사에서 절반 가량(40~53%)의 불가리아 국민들은 서방이 러시아에 가하고 있는 제재 조치에 반대한다고 했을 정도다. 불가리아 정부도 EU 차원의 대러 제재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때문에 EU 내부에서는 소련 위성국가였던 불가리아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분위기다.
독일 주간 슈피겔에 따르면 독일은 물론 다른 EU 국가들은 “러시아가 불가리아를 이용해 EU를 분열하는 발판으로 삼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독일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EU와의 경제 협력 때문에 불가리아가 러시아의 편을 들어주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007년 EU에 가입한 불가리아는 연간 무역의 62%가 역내 국가들과 이뤄지고 있다. 불가리아에 유입되는 투자액 65%는 EU에서 지원된다.
갤럽의 안드레이 레이체프 정치 애널리스트는 불가리아를 “어떤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남편(EU)의 곁을 지킬 의무가 있는 아내”라고 빗대면서 “불가리아인들도 우크라이나 내 친서방 세력처럼 종국엔 러시아 대신 EU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