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지난 24일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기점으로 국회의 ‘2017년도 예산안 심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법인세 인상을 사이에 둔 여야 간ㆍ전문가 간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법인세 인상에 찬성하는 측은 “법인세 감면이 기업의 투자를 촉진한다는 근거가 없다”는 점을,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는 측은 “투자와 고용에 악영향을 미쳐 결국 세수가 감소할 것”이라는 점을 각각 강조했다. 전문가들조차 같은 사안에 대해 첨예하게 엇갈린 전망을 내놓음에 따라 법인세를 사이에 둔 ‘예산 정국 정체’가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법인세 공청회’에 참석해 “법인세율을 올리는 것이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는지 여부가 법인세 인상 또는 감면 결정의 준거가 될 수는 없다”며 “법인세율에 대한 시각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떤 세금이라도 납세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는 없으며, 불리성 여부에 따라 과세를 결정한다면 모든 세금은 사라져야 하고 국가는 성립이 불가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법인세 논쟁에서 종종 등장하는 ‘기업 투자촉진 효과’ 이론의 근거 자체를 뒤흔드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김 교수는 또 “투자 및 고용창출을 위한 법인세 감면은 형평성을 떠나 효율성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매우 열등한 정책수단”이라며 “정부가 희생하는 세수감소의 규모에 비해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작다. 기업의 투자가 대부분 ‘일자리를 (자동화 설비 도입 등으로) 대체하기 위한 성격’으로 집행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이 외에도 ▷2014년 9월 말 기준 10대 대기업의 현금보유액이 125조 4100억원에 이르는 점 ▷2012년 기준 우리 법인세의 실효세율이 16.8%에 그치는 점 등을 예로 들며 “현금 보유액이 이렇게 많은 기업에게 법인세 감면으로 유동성을 더 지원하는 것이 무슨 (투자) 유인을 만들겠느냐”고 했다.
반면 김학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일본, 호주 등의 국가가 30% 이상의 높은 세율로 법인세를 부과할 수 있는 것은 내수 시장이 충분히 크기 때문”이라며 “높은 세율로 법인세를 매기더라도 투자, 고용, 법인소득을 크게 위축시키지 않고 세수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맞섰다. “2010년 이후 평균 52%에 달하는 우리 경제의 수출 비중을 고려할 때 현행 법인세율 수준이 낮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며, 법인세 인상이 가져올 하방위험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클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 위원은 또 “법인세 감면 효과가 명확히 관측되지 않는다는 주장에만 근거하면 정책실패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연구에서도 법인세 인상의 부정적 효과는 투자와 고용의 감소로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이 이날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법인세가 1%포인트 인상될 때 고용은 0.3~0.5%, 노동소득은 0.3~0.6% 감소한다. 이처럼 법인세를 둘러싼 논쟁이 거세지면서 정치권에서는 ‘예산 정국 여야대립 심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순실 비선실세 의혹’ 등 국회 밖의 이슈로 예산안 심사가 지연되는 가운데, 내년도 예산안이 법정 처리시한(12월 2일)까지도 처리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