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도이체방크 사태가 글로벌금융시장의 불안요소로 떠오르면서 국내시장으로의 위험전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 익스포저(투자위험 노출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당장 영향은 채권발행금리 인상 등 간접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벌금규모에 따라 지급불능사태 등으로 이어질 경우 국내 금융권과 외환시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4일 국제금융센터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독일 국적의 도이체방크는 지난달 16일 미국 법무부로부터 140억달러(한화 15조 5000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2 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불완전한 주택저당증권(MBS)을 판매했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적립해놓은 소송 관련 충당금이 62억달러에 불과하다는 점이 알려지며 도이체방크는 주가급락과 신용부도스와프(CDS) 급등 상황을 맞았다. ‘제 2의 리먼사태’로 까지 거론되며 글로벌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불안감이 커지면서 국내시장도 지난달 30일 주가는 하락했고 원ㆍ달러 환율은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 당국과 진행 중인 벌금 규모 협상과 독일정부 및 유럽중앙은행의 지원여부에 따라 도이체방크 발(發) 불확실성의 행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도이체방크가 지급불능사태로 이어지더라도 국내시장이 받는 직접적 영향은 적을 것으로 분석했다. 도이체방크에 대해 직접 투자한 금융사가 극소수일 뿐만 아니라 도이체방크와 연계된 파생상품도 미미한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유럽 ELS(주가연계증권)도 주로 유로스톡스 50, 유로뱅크스지수 연계상품으로 도이체방크 주가 흐름의 영향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주혜원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도이체방크 등 유럽은행에 대한 국내 금융시장의 익스포저가 작아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은행주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커질 수 있고 벌금 확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유동성 위기에 대비해 외환수급 상황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유럽 은행에 대한 국내 금융회사의 익스포저(대출, 유가증권, 지급보증 등)는 74억 달러(8조 9000억원)로, 전체 대외 익스포저의 5.5%수준이다.

하지만 간접적 영향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선 최근 금융사들이 바젤 Ⅲ 자본규제에 맞추기 위해 잇따라 신종자본증권 형태의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을 발행하고 있는데 은행주에 대한 불안감 확산과 글로벌 투자자들의 매수세 위축이 나타날 경우 채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금융사 입장에선 수요 유도를 위해 발행금리를 높일 수 밖에 없게 되면서 더 큰 조달 비용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미국 금리인상까지 겹칠 경우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투자자 확대차원에서 원화가 아닌 외화로 코코본드를 발행하는 금융사들이 늘고 있는데 여기에 도이치뱅크 사태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유로화시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환율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높은 수익률로 인기고 높은 유럽 투자상품에 대한 옥석가리기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박진석 KEB하나은행 PB팀장은 “아직까지 유럽의 변동성지수인 ‘V스톡스 지수’나 금리 등이 큰 변화가 없어 지켜보고 있는 상태”라면서도 “투자자들이 유럽상품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는 만큼 추후 벌금 규모나 독일정부의 지원여부에 따라 유럽 상품에 대한 점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