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나무 그늘 벤치에 누워 본 적 있는가. 나뭇잎 사이사이로 새어 나온 빛이 춤을 추는 것을 본 일이 있는가.
눈을 가늘게 뜨면 빛이 만들어낸 그림자는 모두 원으로 환원된다. 빛과 그림자의 율동에 최면이 걸리면 시야는 희미해지고 ‘원’이라는 본질만 남는다.
빛과 그 에너지를 탐구해온 서양화가 박현수의 신작 10점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진화랑에 걸렸다.
작가는 현란한 원색의 물감들을 캔버스에 드리핑(Dripping)해 원색과 대비되는 중성적인 색채로 화면을 덮어 가린다. 그리고 다시 그 위를 고무주걱을 이용해 일일이 긁어내는 일명 디깅(Digging) 기법으로 빛과 그림자의 에너지를 대형 화면에 확장시켰다.
발굴된 화면 위로 떠오른 비정형의 얼룩들은 우주를 떠도는 운석 같기도, 별들의 파편 같기도, 혹은 빅뱅의 극적인 순간 같기도 하다. 전시는 6월 10일까지 열린다.
김아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