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우리 군이 명품 국산헬기로 자랑해 온 수리온(KUH-1)이 명품 헬기 테스트를 향한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했다.
아파치 등 세계적 헬기만이 통과한 이 시험에서 세계 수준에 한걸음 더 다가가려던 수리온은 다음 기회를 기약했다.
수리온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측은 “해외 유수의 명품 헬기들도 최종 관문격인 아이싱 테스트에서 수 차례 탈락하고 보완하며 지금의 성능을 이뤄냈다”며 “수리온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쳐 세계적 명품 무기 반열에 조만간 올라서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수리온이 탈락한 이번 테스트는 일명 ‘아이싱’ 테스트라 불리는 것으로, 영하 수십도의 극한적 추위 속에서 눈과 우박이 몰아치는 극한적 상황을 상정한 헬기 성능 테스트의 ‘끝판왕’이다.
KAI 관계자는 “헬기 교범에는 영하 수십도의 날씨에 습도까지 높을 경우 운항을 금지하고 있다”며 “수리온이나 일반 헬기도 이런 기상 상황에서 실제 비행을 하지는 않겠지만 애초 정해진 성능 요구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테스트를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리온은 영하 수십도의 혹독한 추위 속에서 견뎌낼 수 있는 능력은 이미 입증했다.
기술협력사인 프랑스 유로콥터사가 영하 32도 이하의 실제 환경 비행시험 필요성을 제기해 지난 2013년 2월 미국 알래스카에서 영하 40도를 넘나드는 혹독한 환경에서 비행시험을 통과한 것.
이 시험에서 수리온은 영하 38도에서도 항공기 진동, 기체 안전성, 각종 항법장비의 운용성이 전혀 문제가 없음을 입증했다. 저온 비행시험 첫 시도에서 시험을 통과한 것이다.
그러나 저온의 다습한 환경에서 실시한 이번 테스트는 끝내 통과하지 못했다.
22일 군 당국과 방위산업계에 따르면, 수리온 헬기는 영하 수십도의 극한적 환경에서 항공기 운용능력과 비행안정성을 검증하는 체계결빙운용능력 시험에 참가해 검사항목 일부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수리온은 검사항목 중 추위 속에서 발생하는 얼음 조각이 엔진 작동에 미치는 영향을 검사한 항목 등에서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방위사업청, KAI 등 국방 당국과 개발업체는 이 문제 해결방안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KAI 관계자는 “체계결빙 운용능력 입증시험은 영하 수십도의 저온과 얼음이 잘 생기는 매우 습한 환경에서 진행됐다”며 “겨울이 별로 춥지 않고 건조한 한반도 환경에서 운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수리온 헬기의 체계결빙 운용능력 입증시험은 방사청의 사업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 사업은 당초 올해 6월말 완료를 목표로 했으나 일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지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의 감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AI는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수리온 헬기의 납품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우리 군은 수리온 헬기 50여대를 운용 중이다.
수리온 헬기는 지난 5월에는 일부 기체에 장착된 진동흡수기에서 균열이 발생하고 조종석 앞 방풍유리에 금이 간 사실이 발견되기도 했다.
수리온 헬기는 2006년 시작된 한국형기동헬기 개발사업에 따라 국방과학연구소와 KAI 등이 참가해 개발한 헬기다. 2009년 시제기 1호가 출고됐고 2010년 첫 시험비행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