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방위사업청은 23일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KUH-1)이 저온 다습한 환경에서 일명 ‘아이싱’ 테스트에 탈락한 것에 대해 “총 101개 항목 중 29개 항목을 통과하지 못했다”며 “1년 6개월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방사청 측은 이날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서 “29개 항목에 대해 설계보완 등 종합적인 후속조치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번에 방사청이 실시한 체계 결빙시험은 영하 30도∼영상 5도의 기온과 ㎥당 수증기량 0.5∼1.0g의 결빙조건에서 수리온의 운항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해당 기준은 수리온에 대해 육군이 애초 제시한 작전요구성능이다.
방사청은 이를 충족하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국 미시간주에서 테스트를 받았다.
한국형 기동헬기 개발사업은 노무현 참여정부 당시인 지난 2006년 시작됐다.
군 소식통은 “노무현 정부 당시에 국방예산의 증가폭이 가장 컸고, 자주국방을 위한 국산 명품무기 개발이 본격화된 경우가 많았다”며 “수리온은 당시 그런 맥락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동헬기로 개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군 당국은 육군에서 운용 중인 500MD, UH-1H 등 노후헬기 대체 명목으로 1조5000억원의 예산을 수리온 개발에 쏟아부었다.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개발 착수 3년 만인 2009년 수리온 시제기 1호가 출고됐고, 2010년 첫 시험비행을 했다. 2012년부터는 일선 부대에 실전배치돼 우리 육군의 항공전력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게 됐다.
한국적 지형과 기후 운용성 평가를 위해 2012년 1~2월에는 국내 군부대 중 가장 혹독한 겨울 한파로 유명한 강원도 양구에서 혹한기 테스트를 받고 합격 도장을 받았다.
한국 내 동계 운용을 입증했지만, 기술협력사인 프랑스 유로콥터 측이 영하 32도 이하의 실제 환경 비행시험 필요성을 제기해 2013년 2월에는 미국 알래스카까지 건너가 더 가혹한 저온 테스트를 받았다.
저온 시험은 영하 32도 이하에서 항공기 운용성을 평가한다. 여기서 수리온은 영하 40도의 악조건까지 견뎌내며 또 한 번 시험을 통과했다.
마지막 남은 것은 체계결빙 시험.
체계결빙 시험은 습한 상황에서 날씨가 너무 추워 얼음이 곳곳에 어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시험이다. 앞서 2013년 초 통과한 영하 32도 이하의 저온 시험 조건에 습기가 더해진 것이다.
이 시험은 선진국에서 생산된 세계 유수의 헬기들도 단 번에 통과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체계결빙 시험만은 국제적으로 선 개발, 후 시험이라는 관행이 굳어져 있다. 블랙호크(UH-60), 아파치(AH-64), 슈퍼호크(S-92)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헬기들이 모두 이 관행을 따랐다.
1976년 3월 개발 완료된 미 시콜스키사의 블랙호크는 1979~1981년 3년간 체계결빙 시험을 받았다. 미 보잉사가 1982년 개발 완료한 아파치는 1982~1987년(6년), 미 시콜스키사가 2002년 개발 완료한 슈퍼호크는 2004~2005년(2년) 같은 시험을 받았다.
유럽의 대표적 헬기 제작사인 아우구스타웨스트랜드사의 AW-139, AW-189기종은 각각 2003년 7월, 2014년 2월 개발 완료됐으나 아이싱 테스트는 2004~2007년(4년), 2013~2015년(3년) 받았다.
군 당국은 지난 2009년 10월 수리온 개발 관련 제13차 시험평가통합관리위원회를 열어 수리온의 체계결빙 테스트 역시 해외 사례처럼 개발 완료 후 별도 테스트 형식으로 수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12년 개발 완료한 수리온은 2015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국 미시건주에서 아이싱 테스트를 받았다.
물론, 그 전에도 한국적 환경에서 운용성능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해 일선 부대에 실전배치된 것이다.
군 당국은 2012년 6월 8일 제10차 감항심의위원회를 열고 ‘결빙지역 비행제한’을 전제로 조건부 적투용적합 판정을 내렸다.
우리 군이 기존에 사용해온 다목적 경헬리콥터 500MD, UH-1H 수송헬기, 코브라(AH-1S) 등은 개발 당시부터 체계결빙 시험을 받지 않아 역시 결빙지역 비행제한을 전제로 운용 중인 상태다.
군은 “비록 이번 아이싱 테스트에서 수리온이 탈락했지만 2012년 개발 완료 당시와 비교할 때도 충족하지 못했던 사안이기 때문에 항공안전운항 관련 추가 변경 요소는 없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달 18일에는 제35차 감항심의위원회를 열고 기존의 제한 조건을 유지할 경우 비행안전에 문제가 없음을 심의, 의결한 상태다.
군은 국방기술품질원 측이 이번 아이싱 테스트 탈락 이후 수리온의 전력화 중단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한국항공우주(KAI) 측이 마련한 후속조치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재개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