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국방부가 30일 발표한 국방중기계획에는 앞으로 군이 5년간 개발할 첨단 신무기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국방부는 매년 5년 단위의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한다. 5년 단위의 큰 틀에서 군의 중기적 예산계획을 세워 무게중심을 잡는 한편, 매년 달라지는 상황과 여건을 반영해 계획을 업데이트한다.
이번에 발표된 국방중기계획에는 올해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로켓 도발, 뒤이은 신형방사포 및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남북간 긴장이 한껏 고조된 상황이 반영돼 있다.
지난해 발표된 중기계획에서는 점증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대응을 위한 ‘킬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구축이 핵심으로 꼽혔다면, 이번에는 킬체인과 KAMD에 북한의 국지도발 및 전면전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첨단 재래식 무기 보강이 더해졌다.
전술지대지유도무기, 북한의 전력망을 파괴하는 탄소섬유탄,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탐지할 수 있는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II 등이 그것이다.
올해 북한의 도발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고 특히 군사분계선(MDL) 인근의 무인기 도발,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등 저강도 도발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이를 효과적으로 무력화할 수단의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최근 300㎜ 구경 신형 방사포 유도무기, 경량화 핵탄두 탑재 단거리 미사일 등의 위협을 내세워 청와대를 향해 ‘최후통첩’성 발언을 쏟아놓고 있다.
▶북한 장사포 잡는 전술지대지유도무기=국방중기계획에 포함된 신무기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전술지대지유도무기다.
이 유도무기는 우리 수도권을 겨냥한 북한군의 장사정포 대응에 효과적이다.
북한군은 현재 비무장지대(DMZ) 인근 갱도 진지에 300여문의 장사정포를 집중 배치한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우리 수도권을 집중 포격할 수 있는 사거리 40㎞ 전후의 북한군 최전방 주력무기다.
장사정포는 평소 최전방 비무장지대 인근 갱도 진지에 숨어 있다가 유사시에 잠시 나와 집중 포격을 가하기 때문에 일반 포병화력으로는 대응이 어렵다. 장사정포가 숨어 있는 갱도 진지까지 찾아가 땅 속을 뚫고 들어가 파괴하는 신무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온 무기가 이번에 국방중기계획에 포함된 전술지대지유도무기다.
이 유도무기는 사거리 120㎞로서, 위성항법장치(GPS)를 장착하고 있어 장사정포보다 원거리에서 장사정포가 있는 목표지점을 탐지해 타격하는 능력을 갖췄다. 또한 이 유도무기에 사용되는 포탄은 지하 수m까지 뚫고 들어갈 수 있다. 군 내부에서 비밀리에 실시된 시험발사에서는 이미 성공을 거둬 오는 2018까지 개발을 마치고 2019년 전력화될 계획이다.
북한은 핵실험과 장거리로켓 발사로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개발했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발사 전 징후를 파악하기 어려운 SLBM 개발도 가속화해 이미 지난해 5월 북한은 SLBM 개발 성공을 발표한 상황이다.
또한 지난 11월 추가 시험 발사에 나섰다가 실패했고 12월 다시 시험 발사를 실시해 성공했다고 밝혔지만, 한미 당국은 잠수함이 아닌 수중 바지선에서 쏜 것으로 분석하며 논란이 됐다.
현재 한미 연합전력은 북한이 지상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조짐을 보일 경우를 대비해 킬체인과 KAMD를 구축 중이지만, SLBM에 대해서는 추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킬체인 일환’ SLBM 탐지 고성능 레이더, 탄소섬유탄도 전력화=이번에 군이 국방중기계획을 통해 해외 방산업체로부터 도입 의사를 밝힌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II는 이런 면에서 SLBM 대응용으로 적합하다는 게 군 내부 판단이다. 이 레이더는 우리 군에 이미 보급돼 있는 고성능 그린파인레이더보다 진일보한 성능의 레이더다. 일단 탐지거리가 약 800㎞로, 그린파인레이더(500㎞)보다 길어 SLBM이 발사되면 기존 레이더보다 더 빨리 식별한 뒤 항적을 추적해 발사 장소와 예상낙탄지점까지 알아낼 수 있다.
군은 오는 2020년까지 도입할 계획으로 현재 이스라엘에서 개발한 기종이 유력한 후보기종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현재 운용 중인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인 그린파인레이더보다 성능이 진일보한 레이더를 도입할 예정”이라며 “현재 운용 중인 레이더는 북한 방향으로만 탐지중인데 잠수함이 우리 측면으로 올 경우 사각지대가 나타날 수 있어 그 부분을 새로 도입되는 레이더가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첨단 신무기인 탄소섬유탄도 킬체인의 일환으로 북한 핵 전력을 무력화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높은 전자장을 발생시켜 적의 네트워크를 파괴하는 전자기탄(EMP)과 달리 이른바 ‘정전폭탄(Blackout Bomb)’으로도 불리는 탄소섬유탄은 적의 전력망을 단 번에 무력화하는데 사용된다.
전자장비보다 재래식장비에 의존하는 북한의 전력 상황을 우리 군이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2020년대 초반까지 개발 완료될 예정으로, 전투기나 토마호크 미사일 등에 탑재된 목표지점으로 투하된다.
탄소섬유탄이 유도장치에 의해 공중에서 폭발하면 니켈과 탄소섬유를 결합시켜 만든 자탄이 떨어지고 자탄이 다시 폭발해 탄소섬유를 무수히 방출, 그 아래의 변전시설과 전력망을 파괴한다. 방출된 거미줄 모양의 탄소섬유는 전기전도율이 매우 높아 송전선에 걸쳐질 경우 송전선이 연결된 전기회로에 과부하가 발생해 결국 정전에 이르게 하는 원리다.
코소보사태 때 나토(NATO)군이 유고슬라비아 전력망 파괴를 위해 사용한 적이 있고, 걸프전에서도 이라크 변전소 공격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