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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전 세계적인 말차 열풍에 일본의 대표적인 말차 아이스크림이 생산 중단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해외 수요가 급증하면서 일본산 녹차 수출액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원료 공급이 부족해 장수 제품마저 시장에서 사라진 것이다. 차 재배 면적 감소와 농가 고령화에 중국 등 경쟁국의 생산 확대까지 겹치면서 일본 차 산업의 미래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1일 일본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세계적인 말차 수요 증가로 일본 주요 산지의 매출이 크게 늘고 있지만, 생산 현장에서는 원료 부족과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생산 확대와 자국산 차 브랜드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24년 된 인기 아이스크림도 생산 중단…녹차 수출액 721억엔

일본 식품업체 메이지는 올해 2월 대표 아이스크림인 ‘메이지 에셀 슈퍼컵 말차’의 생산을 종료했다. 2002년 출시 이후 24년간 판매된 인기 제품이다.

생산 중단의 직접적인 원인은 말차 원료 수급 불안이다. 메이지 측은 세계적인 말차 수요 증가로 원료 공급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안정적인 제품 공급을 고려해 판매 종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오랫동안 판매된 제품이 생산을 중단할 만큼 해외 시장의 말차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지난해 말차를 포함한 녹차 전체 수출액은 721억엔(약 6051억원)으로 전년 대비 98.2% 증가했다. 수출량도 1만2612톤으로 43.3% 늘었다. 올해 1~5월 수출액은 402억엔에 달해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말차를 활용한 라테와 디저트가 인기를 끌면서 분말 형태의 녹차 수요가 급증했다. 지난해 녹차 수출액 가운데 미국이 차지한 비중은 약 41%에 달했다. 독일과 영국 등 유럽 국가들도 주요 수출 시장으로 떠올랐다.

전통적인 차 산지인 교토부 우지에는 일본산 말차를 구매하려는 외국인 관광객과 해외 바이어들이 몰려들고 있다.

190년 역사의 차 전문업체 교에이제차가 판매하는 고급 말차 ‘와케이’는 1g당 가격이 100~120엔에 이른다. 30g들이 제품을 수십 개씩 구매하는 고객도 있을 정도다.

이 업체의 말차 매출은 10년 전보다 3~4배 늘었으며, 최고 매출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높은 가격에도 일본산 고급 말차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차밭 줄고 농가는 고령화…수요 급증에도 생산 확대 어려워

수출 호황과 달리 일본의 차 생산 기반은 수십 년 동안 축소됐다.

일본 농림수산성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전국 차 재배 면적은 3만3400㏊로 전년보다 1700㏊ 감소했다. 1980년대 6만㏊를 웃돌았던 재배 면적은 지속적으로 줄어 현재 절반 수준까지 축소됐다.

일본 내 차 소비가 감소하면서 차 농가의 수익성이 악화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커피와 각종 음료가 대중화하면서 전통적인 찻잎 소비가 줄었고, 농가들은 낮은 판매가격과 경영 부담을 견뎌야 했다.

장기간 이어진 수익성 악화는 고령화와 후계자 부족으로 연결됐다.

교토부 차 생산협의회의 요시다 리이치 회장은 산케이신문에 낮은 찻잎 가격 때문에 자녀들에게 가업을 물려주기 어려웠으며, 이 과정에서 농가 고령화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뒤늦게 말차 수요가 폭증했지만 생산량을 단기간에 늘리기도 쉽지 않다.

차나무는 묘목을 심은 뒤 수확하기까지 수년이 걸린다. 기존 차밭의 재배 방식을 전환하더라도 새로운 설비와 가공시설을 확보해야 한다.

말차의 원료인 덴차(碾茶)는 일반적인 잎녹차인 센차보다 생산 과정이 까다롭다. 찻잎을 수확하기 전 햇빛을 차단하는 차광 재배가 필요하며, 수확한 잎을 찌고 건조하는 별도의 가공 과정을 거쳐야 한다.

농가들이 말차 생산으로 전환하면서 기존 센차의 공급까지 감소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센차 재배 농가의 덴차 전환을 지원하고 생산시설 확충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설비 투자에 상당한 비용이 드는 데다 세계적인 말차 열풍이 얼마나 지속될지 예측하기 어려워 농가들의 부담이 크다.

수요가 증가하더라도 생산시설을 확대해 실제 수익을 거두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구조다.

중국도 말차 생산 확대…일본 정부, ‘일본차’ 브랜드 보호 나서

일본 차 산업이 생산 기반 부족에 시달리는 사이 중국 등 경쟁국들은 세계 말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대규모 생산시설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말차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산 말차의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다른 국가의 시장 진입 기회로 작용하는 셈이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도 해외 수요 증가에 따른 일본산 원료 부족으로 일부 시장에서 다른 국가 제품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자국산 차의 품질과 브랜드 가치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농림수산성은 지난 7월 10일 ‘일본차’(日本茶)를 지리적 표시(GI) 보호제도에 등록했다. 일본 전국을 생산지로 하는 농산물이 GI에 등록된 첫 사례다.

GI는 특정 지역의 자연환경과 생산 방식, 역사적 특성 등에 따라 형성된 농산물의 품질과 명성을 국가가 보호하는 제도다.

이번 등록으로 일본에서 재배한 찻잎을 일본 내에서 가공하는 등 정해진 기준을 충족한 제품에는 GI 표시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중국산을 비롯한 해외 제품과 구별하고 일본산 차의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려는 조치다.

해외에서 일본 지명을 활용한 차 제품이나 유사 브랜드가 유통되는 문제에 대응하려는 목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수출 확대와 함께 생산 기반 확충,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나카무라 요리유키 시즈오카현립대 차학종합연구센터장은 최근 NHK 인터뷰에서 말차 열풍을 일본 차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료 수출에 의존하기보다 상품 종류를 다양화하고 전통 차 문화를 관광 자원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본 차 산업의 과제는 단기간의 수출 호황을 장기적인 성장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급증한 해외 수요에 대응할 생산 기반을 확보하고, 중국 등 경쟁국과의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향후 시장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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