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공동성명 내고 문제제기
지배주주 특혜주는 ‘선행매수’ 배제 요구
30일 긴급 기자회견도 개최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국내외 주요 자산운용사 18곳이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둔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안에 대해 주주 간 불평등을 제도화할 우려가 있다며 도입 보류를 촉구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이프자산운용, VIP자산운용,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오아시스 매니지먼트 등 국내외 18개 자산운용사(합산 수탁고 약 87조원)는 긴급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의무공개매수 본회의 상정의 처리를 보류해 달라고 요구했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상장회사의 경영권이 이전될 때 인수인이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일정 비율 이상의 주식을 공개매수해 소액주주에게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공유할 기회를 주는 제도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7일 해당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의결했으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운용사들이 문제로 삼는 주된 내용은 인수자가 지배주주 지분을 장외에서 먼저 사들인 뒤, 전체 보유 지분이 ‘50%+1주’에 미달할 경우 모자란 물량만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공개매수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예를 들어 지배주주가 지분 40%를 보유한 기업의 경영권이 매각되는 경우, 인수자는 지배주주 지분 40%를 장외에서 전량 사들인, 뒤 50%+1주를 채우기 위한 10%+1주만 일반주주(전체 지분 60%)에게서 공개매수하면 법적 의무를 다하게 된다.
이 경우 일반주주 전체가 매각에 응하더라도 보유 주식의 약 6분의 1밖에 처분하지 못하며, 인수자가 사들이는 주식의 80%를 지배주주가 독식하게 된다.
만약 지배주주가 이미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라면 일반주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적용받아 주식을 매각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운용사들은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에는 찬성하지만, 지배주주만 먼저 보유지분 전량을 팔 수 있는 구조는 바로잡아야 한다”며 “경영권이 바뀔 때 일반주주에게도 지배주주와 동등한 조건의 매각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인수자가 과반 지분을 확보하면 소액주주의 경영 견제가 불가능해지고 남은 주식의 가치가 급락할 수 있어, 팔지 못한 주식의 가격 하락 손실이 일부 매각으로 얻은 차익보다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운용사들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비례적 공개매수’ 방식을 제안했다. 지배주주 지분의 선행매수를 금지하고, 지배주주 역시 일반주주와 동일한 공개매수 절차에 응모하게 만들어 모든 주주에게 동등한 안분비례 원칙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앞선 40% 지분 보유 기업 사례에 비례적 공개매수를 적용할 경우, 모든 주주가 응모하면 인수자는 지배주주에게서 약 20%, 일반주주에게서 약 30%를 고르게 매입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모든 주주가 보유 주식의 절반가량을 동일한 프리미엄 가격에 처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운용사 측은 “인수자가 사들이는 총수량(50%+1주)과 매수가격은 그대로 유지되므로 인수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은 전혀 늘어나지 않는다”며 “주식 매각 기회에서 ‘동일한 가격’뿐만 아니라 ‘동일한 비율’을 보장하는 것이 상법상 주주 평등 원칙에 부합한다”고 짚었다.
아울러 “한번 완료된 경영권 매각 거래는 사후에 법을 고치더라도 되돌릴 수 없다”며 “10월 1일 국회 본회의 상정을 보류하고 일반주주, 기관투자자, 기업, 학계가 참여하는 열린 공론화 과정을 통해 제도를 원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용사들은 오는 30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인 입장과 대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jiyu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