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IST·UNIST·POSTECH 공동연구 성과
- 움직이는 영상 90% 이상 정확도로 판별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사람의 움직임을 단순히 감지하는 것을 넘어 ‘방금 전 어떻게 움직였는지’까지 기억해 판단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개발했다. 향후 스마트워치나 피부 부착형 센서 등 초저전력 웨어러블 AI 기기의 핵심기술로 활용될 전망이다.
KAIST는 AI시스템학과 권지민 교수 연구팀이 UNIST, POSTECH 연구진과 함께 반응 속도가 서로 다른 반도체 소자를 여러 층으로 쌓아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뉴로모픽 AI 반도체를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사람이 걷다가 잠깐 팔을 흔들었을 때 두 동작을 정확히 구별하려면 한순간의 움직임만 봐서는 안 된다. 직전 움직임이 어떻게 이어졌는지 ‘시간의 흐름’을 함께 읽어야 한다.
연구팀은 이 같은 기능을 반도체 자체에 구현했다. 핵심은 그동안 반도체에서 단점으로 여겨졌던 ‘이온의 느린 움직임’을 역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번에 개발된 반도체는 전기를 가하면 내부 이온이 움직이면서 전류 흐름이 변한다. 전기를 끊어도 이온이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데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종을 친 뒤에도 소리가 잠시 남는 것처럼 이전에 들어온 신호의 흔적이 반도체에 남는다.
연구팀은 이온을 담은 소재를 단단한 박막으로 만들고 이온의 양과 두께를 조절해 신호를 기억하는 시간을 달리했다. 특히 이들 소자를 층층이 쌓아 서로 다른 시간대의 정보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짧게 남는 기억과 오래 지속되는 기억을 동시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네 차례 입력되는 신호의 켜짐과 꺼짐 순서에 따라 만들어지는 16가지 패턴을 소자가 구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대면적·플렉서블 소자로의 확장 가능성도 제시했다. 연구팀은 이 반도체를 4인치 웨이퍼 크기로 제작하는 데 성공했으며 휘어지는 기판에서도 구현했다. 제작된 소자의 전기적 특성은 55개월에 걸친 측정에서도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연구진은 향후 스마트워치나 피부 부착형 센서처럼 전력 공급이 제한적인 웨어러블 기기에서 움직임과 생체신호를 실시간 분석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실제 스마트워치 등에 탑재했을 때의 AI 성능과 소비전력 절감 효과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권지민 KAIST 교수는 “기존 박막 반도체 공정을 이용해 넓은 기판에 제작할 수 있고 여러 층으로 쌓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스마트워치처럼 전력을 적게 써야 하는 기기에서 움직임과 몸의 신호를 읽는 AI 반도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소자와 센서, 주변 회로를 연결하는 패키징·집적 기술을 고도화해 시간 정보를 반도체가 직접 처리하는 초저전력·고집적 뉴로모픽 AI 하드웨어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