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헌법적 근거 찾을 수 없어”

靑 “헌법 위배 인식…깊은 유감”

이재명 대통령이 3월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07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조희대 대법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3월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07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조희대 대법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22일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대법원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 문서로써 한다”며 “이번 재제청 요청 관련 문서로는 2026. 8. 28. 자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이 있을 뿐인데, 거기에는 재제청을 요청하는 구체적인 사유와 그 헌법적 근거가 적혀 있지 않고, 달리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음을 밝힌다”고 했다.

대통령 순방 중에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를 거부하면서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청와대와 사법부 간 갈등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이에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 직후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되는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제청 반려에도 불구하고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대법관 후보자를 재제청하지 않겠다는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제청했는데, 청와대는 같은 달 28일 “실질적 협의 없는 일방적인 서면 제청”이라며 손 부장판사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서 기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후보추천위)가 추천한 후보군 가운데 손 부장판사를 제외한 다른 후보자를 다시 제청해달라는 취지로 요구했다. 조 대법원장은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 당시 “다음 주 공식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지만, 부친상을 당하면서 입장 발표가 연기됐었다.

조 대법원장이 부친상을 치르고 복귀한 이후에도 침묵을 유지하자, 청와대는 재차 재제청을 요구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청와대는 국민의 온전한 재판청구권 행사에 지장이 없도록 후속 절차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대법원장도 대법관의 장기 공석으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추천위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최대한 신속히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조 대법원장을 향한 재제청 압박을 가했다.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를 근거로 대통령에게 실질적인 임명권이 있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날 조 대법원장은 재제청을 요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헌법상 근거와 사유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이에 응하지 않겠다고 맞선 셈이다.


y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