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ST, 신경 모사 ‘다발형 인공 신경도관’ 개발

- 영장류서 12개월 신경 재생·손 기능 회복 확인

생체모방형 다발성 신경유도도관의 제작 및 이식.[KIST 제공]
생체모방형 다발성 신경유도도관의 제작 및 이식.[KIST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사고로 끊어진 신경을 이어 손가락 움직임과 감각을 되살릴 수 있는 ‘인공 신경통로’ 기술이 개발됐다. 사람의 손과 구조·기능이 유사한 원숭이를 대상으로 1년간 실험한 결과 신경이 다시 자라고 손 기능도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생체재료연구센터 정영미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박종웅 교수 연구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영장류센터와 공동으로 실제 말초신경 구조를 모사한 ‘다발형 인공 신경도관(MFNGC)’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손이나 팔의 말초신경이 크게 끊어지면 손가락을 움직이거나 감각을 느끼는 기능을 잃을 수 있다. 결손 부위가 길 경우 환자의 다른 부위에서 정상 신경을 떼어 이식하는 ‘자가신경이식’이 주로 사용되지만 정상 신경을 희생해야 하고 이식할 수 있는 양에도 한계가 있다.

기존 인공 신경도관 역시 대부분 속이 빈 하나의 관 형태여서 새로 자라는 신경이 제대로 방향을 잡도록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실제 말초신경이 여러 개의 신경 다발로 구성된다는 점에 착안했다. 붉은털원숭이 손목의 신경 구조를 분석해 하나의 큰 도관 안에 3개의 작은 통로를 만들었다. 도관은 유연하면서 체내에서 서서히 분해되는 고분자 소재 ‘PLCL’을 사용했다.

특히 세포나 별도의 성장인자를 사용하지 않고 도관의 구조만으로 신경이 자라날 길을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붉은털원숭이 손목 정중신경의 15㎜ 결손 부위에 도관을 이식한 뒤 12개월간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원숭이가 작은 먹이를 손가락으로 집는 시간이 짧아졌고 운동장애 점수도 개선됐다. 신경에 전기 자극을 가해 근육 반응을 측정한 결과에서도 대부분 수술 6개월 이후부터 신호가 다시 나타났다.

12개월 뒤에는 도관 내부에서 새로 자란 신경이 실제 신경처럼 여러 다발로 정돈됐으며 신경섬유를 감싸는 수초도 다시 형성됐다.

도관 소재인 PLCL의 분자량은 이식 전보다 약 94% 감소했다. 뚜렷한 만성 염증 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다. 신경이 재생되는 동안 통로 역할을 한 뒤 체내에서 점차 사라지는 의료기기 소재로 활용할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정영미 KIST 박사.[KIST 제공]
정영미 KIST 박사.[KIST 제공]

이 기술은 산업재해나 교통사고로 손목, 팔의 신경이 끊어진 환자의 재건 수술에 쓰일 수 있다. 미리 만들어 보관했다가 수술장에서 바로 꺼내 쓰는 방식이라, 환자의 다른 부위를 절개해 신경을 채취하는 추가 수술이 필요 없다. 수술 시간이 줄고 공여부에 남는 감각 손실이나 신경종 같은 후유증도 피할 수 있다.

연구팀은 세포 배양이나 별도의 냉동 보관이 필요하지 않아 향후 의료기기로 제품화하는 데도 장점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적인 효과·안전성 검증과 제조공정 표준화, 인허가 연구를 거치면 자가신경이식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신경재생 의료기기로 활용될 전망이다.

정영미 책임연구원은 “사람의 손과 구조가 유사한 영장류에서 실제 신경의 다발 구조를 본뜬 인공 신경도관의 재생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검증 규모를 확대해 국산 신경재생 의료기기의 임상 적용으로 연결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Bioactive Materials’ 최신호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