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서 “선거후 휘발윳값 급락”
중동발 고유가 선거 악영향 차단
고물가에 지친 유권자 결집 호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텍사스주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로 향하는 길에 “이란 전쟁이 미국 중간선거 직후에 끝날 것이고, 이 시점에 유가도 급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 장기화로 인한 경제적 고충을 겪는 유권자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져 표심을 잡으려는 의도다. 그러나 트럼프의 호언장담과는 반대로, 국제유가는 이날 배럴당 100달러를 재돌파하며 4개월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관련기사 4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공화당 중간선거 전당대회 참석을 위해 이동하며 기자들에게 이 같이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란)이 더는 버틸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들(이란)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필사적”이라며 “그래야(공화당이 패해야) 그들이 핵무기를 갖도록 내버려둘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참패와 이에 따른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를 바라기 때문에 종전을 거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최근 교전이 격화하면서 미국 내 유가가 오름세로 돌아선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묻자 “미국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건 아주 쉽다. 그저 ‘이란이 핵무기를 갖도록 둘 것인가’라고 묻기만 하면 된다. 대답은 ‘아니오’일 것”이라고 답했다. 유가 부담보다 이란의 핵무기 보유 저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는 이어 “중간선거가 끝나자마자 유가는 급락할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만들 것이며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2달러 아래로 떨어질 거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가 하락 시점에 대해 “중간선거보다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란과의 대화 재개에 대해서는 “솔직히 말해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 원래 합의하고 싶었지만, 너무 멀리 와버렸고 이란은 거의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며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있지만 우리가 원하는 건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란과의 핵 협정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핵 협정 이상의 일을 하고 있다. 핵 문제 외에도 다룰 것이 많다”면서도 “우리는 핵 협정을 할 것이다. 그건 99.9%”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에서도 유가 급등으로 인한 생활물가 논란을 잠재우려 애썼다. 그는 “집권 이후 계란 생산량이 4배나 늘어, 계란 가격이 낮아졌다”면서 “유가는 우리가 이란과의 전쟁에서 승리함에 따라 곧 내려갈 것”이라 공언했다. 그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했고,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트럼프 해협으로 불러야겠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종전 시점에 대해 “매우 곧(very soon)” 등으로 표현해 왔는데, 50여일이나 뒤인 11월 중간선거 이후로 예상 시점을 미룬 것은 처음이다. 이란이 공화당의 선거 패배를 바란다는 언급까지 감안하면, 이날 발언은 고도의 선거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책임을 이란 탓으로 돌리는 동시에, 공화당이 선거에서 패할 경우 이란의 핵 보유를 허용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조성해 표심을 확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국제유가는 중동긴장이 고조되면 3% 넘게 상승했다.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101.87까지 치솟다가 101.21달러에 장을 마쳤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96.05달러에 거래를 마치면서 3개월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앞서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는 전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미군 함정을 공격한 데 대응해 이란 유조선 5척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요르단 내 미군 기지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해상 통제구역을 이란 남동부 핵심 항구 도시인 차바하르 인근 해역부터 오만해와 아라비아해 일부까지를 포함한다고 밝혔다.
단 스트라위번 골드만삭스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공동책임자는 “7개월째에 접어든 미국과 이란의 분쟁이 격화되면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 급등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