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48시간 부분파업 돌입
기본급 7.1% 등 총 1.4조 요구
“파업하면 하루 30만원 더” 논란도
상반기 영업익 43%↓
10월 전면파업도 검토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철강 한파와 수익성 악화 속에서 임금 확대 요구를 굽히지 않은 포스코 노조가 파업 참가자에게 손실임금과 별도 수당까지 챙겨주기로 하면서 ‘파업 수당’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은 9일 오전 7시부터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일부 생산라인을 대상으로 48시간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1968년 창사 이후 실제 생산라인을 대상으로 한 첫 파업이다.
그동안 포스코의 무파업 전통은 국내 제조업계에서도 상징적인 노사문화로 평가받아 왔다. 국가 기간산업인 철강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노사가 극단적인 충돌보다 대화와 타협을 택하면서 58년간 단 한 차례의 파업도 없이 조업을 이어왔다.
사상 첫 파업이라는 아쉬운 결과 속에 노조 측이 파업 참가자에게 손실임금 보전과 별도로 하루 30만원을 추가 지급하기로 하면서 ‘돈으로 파업 참여를 독려한다’는 논란까지 불거졌다. 일부 조합원은 정상 근무 때보다 파업에 참여할 때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 조합비가 사실상 ‘파업 수당’ 재원으로 활용되는 것을 두고도 노조 내부에서 형평성을 둘러싼 뒷말이 나오고 있다.
“한 해 벌어 다 줘야”…노조 요구안 1.4조원
노사가 가장 크게 맞서는 지점은 임금과 보상 수준이다. 노조는 기본급 7.1% 인상을 비롯해 격려금 600%, 우리사주 50주 지급, 근속에 따른 5년치 임금 상승분 반영, 명절상여금 200%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모두 수용할 경우 소요 비용이 약 1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노조 요구안의 약 두 배 수준이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과 사실상 같은 규모로, 한 해 벌어들일 영업이익을 통째로 내줘야 하는 셈이다.
회사도 협상 과정에서 제시안을 여러 차례 높였다. 현재 기본급 2.0% 인상과 목표달성격려금 350만원, 지역사랑상품권 50만원 등을 제시하고 있다. 설·추석 명절상여금과 복지포인트, 장기근속자 축하금 확대, 주택대부 지원 기준 개선 등도 추가 제시안에 담았다. 사측은 실질 지급총액을 기준으로 경쟁사 타결안을 웃도는 수준이라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충분하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노조는 이번 파업이 단순히 임금만을 둘러싼 싸움은 아니라는 견해다. 인력 부족과 장시간 노동, 안전 문제 등에 대한 개선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주 52시간 위반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지난 4일 포항제철소 현장 순회 과정에서 노조 간부가 다친 사건을 두고도 사측의 노조 활동 방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업익 절반으로 급감…철강 한파 아직 안 끝났다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 철강업계는 장기간의 업황 침체에서 반등 기회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지만, 국내 철강 수요는 이미 업계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온 연간 5000만톤 아래로 내려왔다. 올해 국내 철강 수요도 약 4370만톤으로 지난해보다 0.3%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 별도 기준 올해 상반기 매출은 18조350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593억원에서 4873억원으로 43.3% 급감했다. 영업이익률도 4%대 후반에서 2%대로 떨어졌다.
2021년 6조7000억원에 달했던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이후 큰 폭으로 낮아졌다. 올해 예상 연간 이익은 약 1조4000억원 수준이다.
포스코의 조강 생산량 역시 2019년 4312만톤에서 지난해 3736만톤으로 13.4% 줄었고, 세계 철강사 순위도 2000년 2위에서 지난해 8위까지 밀렸다.
원가 부담도 만만치 않다. 올해 상반기 포스코의 원료탄 평균 매입가격은 톤당 35만5000원으로 지난해 평균보다 30% 이상 상승했다. 철스크랩과 니켈 가격도 각각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철강은 매출의 약 90%가 원가로 들어가는 대표적인 저마진 산업이어서 원재료 가격 상승과 고정비 확대가 겹치면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할 수 있다.
대외 여건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국내로 유입된 중국산 철강재는 813만4000톤으로 전체 철강재 수입량의 62%를 차지했다. 중국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중국 철강사들의 수출 압력도 여전하다. 동시에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은 고율 관세와 수입 규제, 탄소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포스코로서는 싼 중국산 제품과 경쟁하면서 해외 시장의 높아진 무역장벽까지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은 투자할 때”…美·인도·저탄소 전환에 수조원
포스코가 국내에서 진행 중인 주요 설비투자의 향후 집행 예정액만 4조1000억원을 웃돈다. 포항 수소환원제철(HyREX) 실증플랜트와 광양 신규 설비, 노후 설비 합리화 등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해외에서도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일관제철소에 5억8200만달러를 출자하기로 했고, 인도에서는 JSW스틸과 6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며 10억9300만달러를 투자한다. 국내외에서 철강 공급망 현지화와 저탄소 전환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시기인 만큼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커지면 미래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
일각에서는 노조가 오는 9~10월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파업을 내부 정치의 지렛대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노조는 올해 노사 상견례가 열리기도 전에 쟁의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세 차례 교섭 만에 쟁의행위 찬반투표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해 12월에는 위원장 임기를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현 김성호 위원장이 이번 선거에서 다시 당선되면 2029년 11월까지 총 7년간 위원장직을 맡게 된다. 업계에서는 임단협 성과가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선거를 앞두고 노조가 쟁의 수위를 끌어올린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노조는 이번 48시간 부분파업에도 교섭에 진전이 없으면 오는 16일부터 대상 공장을 확대해 120시간 동안 2차 부분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이후에도 접점을 찾지 못하면 10월에는 약 1만명의 조합원이 참여하는 전면파업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김성호 포스코노조 위원장은 “만약 1차 파업 이후에도 회사가 노동자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즉각 파업의 규모와 범위를 대폭 확대해 사측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측은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원칙에 따른 대응과 교섭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파업으로 생산과 고객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가용인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핵심 공정을 정상 가동하고 있다”며 “노조의 요구를 지속적으로 경청하고 소통하되,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와 원칙을 지키면서 임금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water@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