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제도 연구 이어 10~12월 실증자료 확보
대기·이동시간부터 업무 비용까지 조사
근로자성 관계없이 보수 하한 설정 검토
산정방식 따라 플랫폼 기업 부담 달라질 듯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배달라이더 등 도급근로자에게 별도의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방안이 부결된 이후 정부가 ‘최저보수제’라는 별도 체계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적용 대상과 보수 산정기준 등을 검토하는 정책연구에 착수한 데 이어 종사자 1000명 안팎을 대상으로 대기·이동시간과 업무 관련 비용까지 조사하는 실증연구에 나선다.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동부는 최근 ‘최저보수제 도입 검토·설계를 위한 실태조사’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연구비는 4000만원이며, 연구기간은 오는 10월부터 12월까지다.
조사 대상은 최저보수제 도입을 우선 검토할 필요가 있는 직종 종사자 1000명 안팎이다. 구체적인 직종은 연구 과정에서 선정하며, 특정 지역에 표본이 편중되지 않도록 권역별 비례할당 방식 등을 활용할 예정이다.
배달라이더의 경우 배달 건당 보수뿐 아니라 주문 대기시간과 이동시간, 유류비·차량 유지비·보험료 등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이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실제 시간당 수입과 최저보수 수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 시간과 비용을 최저보수 산정에 반영할지,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 실태조사는 노동부가 지난 7월 발주한 ‘새로운 고용형태에 대한 최저보수 도입 방안’ 정책연구와 연계해 진행된다. 5000만원 규모의 정책연구가 최저보수제의 적용 대상과 산정기준, 법적 근거 및 집행체계 등 제도의 틀을 검토한다면, 이번 실태조사는 실제 보수·노무제공시간·비용 자료를 확보하는 작업이다.
정부가 최저보수제 검토에 나선 것은 현행 최저임금제만으로 플랫폼·특수고용 종사자를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들은 개인사업자 형태로 계약하거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근로시간이 아닌 업무 건수나 성과에 따라 보수를 받는 사례도 많다.
올해 최저임금위에서는 도급근로자에게 별도의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찬성 11명, 반대 15명, 무효 1명으로 부결됐다. 노동계는 실제 노동시간과 업무 비용을 고려한 보수 하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경영계는 개인사업자가 많은 플랫폼·특고 종사자를 근로자를 전제로 한 최저임금제 안에서 다루기 어렵다고 맞섰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이후 최저임금위 논의가 무산된 데 아쉬움을 나타내며 최저보수제 추진 방침을 밝혔다. 최저임금제 안에서 도급근로자의 보수 하한을 설정하는 방안이 막히자, 근로자성 인정 여부와 별개로 일정 수준 이상의 보수를 보장하는 별도 제도를 검토하는 것이다.
경제계로서는 도급근로자에 대한 별도 최저임금 적용이 부결됐지만 플랫폼 종사자의 보수 하한을 둘러싼 논의가 끝난 것은 아닌 셈이다. 최저보수제가 현실화하면 적용 대상과 산정방식에 따라 플랫폼 기업의 비용 구조와 노무관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정부가 최저보수제 도입이나 구체적인 보수 수준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 노동부는 정책연구와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적용 대상과 산정기준, 적용방식을 검토할 예정이다. 종사자 보호와 기업 부담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가 향후 제도 설계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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