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전인지가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메이저 골프대회 사상 최소타(21언더파)로 우승하면서 글로벌 스타가 됐다. 지난 달 리우 올림픽에서 114년 만에 여자골프 금메달을 획득한 박인비의 업적에 버금가는 쾌거다. 전인지는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으로 세계랭킹을 7위에서 3위로 끌어 올렸다.미국 골프채널의 렌달 멜 기자는 예리한 시각으로 전인지를 관찰했다. 멜 기자는 “에비앙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가장 많이 웃은 선수가 전인지”라며 “온화한 미소가 메이저 골프 사상 최소타의 대기록을 달성한 힘이 됐다”고 분석했다. 여자골프에서 ‘올해의 미소(The year of smile)’는 단연 전인지였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세계랭킹 1~3위인 리디아 고와 아리야 주타누간, 전인지는 긴장감이 심한 경기 중에도 쉼없이 미소를 보이는 공통점이 있다. 골프를 잘 치기 위해서는 시종일관 웃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들은 웃음에 인색하지 않다. 하지만 미소가 보편적인 경쟁력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과거 세계 여자골프를 평정했던 아니카 소렌스탐이나 캐리 웹, 박세리는 경기도중 잘 웃지 않았다. 이후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청야니와 크리스티 커, 스테이시 루이스, 박인비도 경기중 잘 웃지 않는 선수였다.웃음은 경기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주타누간이 좋은 예다. 우승 문턱에서 여러번 주저앉아 웃음 대신 눈물에 익숙했던 주타누간은 스윙 코치인 게리 길크리스트의 권유로 지난 4월부터 샷을 하기 전 미소를 띄는 ‘프리 샷 루틴’을 갖게 됐다. 길크리스트 코치는 주타누간이 웃으면 몸의 긴장이 풀리는 특이체질이란 사실을 간파한 후 “경기 중 긴장되면 웃으라”고 지시했다. 이 처방은 5월부터 위력을 발휘했고 올해 LPGA 선수 중 가장 많은 5승을 수확하는 밑거름이 됐다. 전인지도 주타누간과 다르지 않다. 전인지를 지도 중인 박원 원장은 “미소는 전인지의 골프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박 원장은 “승부에 집착하지 말고 골프를 즐기라”고 가르쳤다. 압박감을 이겨내고 오래 골프선수로 뛰기 위해선 이런 정신적인 기초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게 박 원장의 지론이었다. 박 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골프를 즐기려면 긍정적인 흐름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첫 단추가 미소”라는 것이다. 샷을 마친 후 미소를 짓고, 또 홀에서 볼을 꺼낸 후 갤러리들에게 미소로 인사하는 것이 그런 긍정적인 흐름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박 원장은 골프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인지는 플레이를 잘하든 못하든 게임을 즐기라고 배워왔다”며 “이런 가르침은 내게 지도받는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인지처럼 이를 잘 따르는 선수는 없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48주째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리디아 고의 경우도 전인지와 비슷하다. 리디아 고는 철저하게 게임을 즐기는 선수다. 샷이 잘못됐다고 짜증을 내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경기가 지독히 풀리지 않는 날엔 오히려 코스에서 웃으며 춤을 추는 등 컨디션 난조를 거부감없이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리디아 고는 “인지 언니는 항상 웃는다. 그 게 사람들이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다. 우승했을 때 얼마나 많은 동료선수들이 축하 세례를 해줬나!”라며 “인지 언니는 여자 골프의 훌륭한 앰버서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푸근한 미소만큼이나 넉넉한 마음 씀씀이다.사격과 양궁 국가대표팀의 멘털 트레이닝을 오랜 시간 담당했던 국내 스포츠심리학의 대가(大家) 김병현 박사는 “전인지나 리디아 고, 주타누간은 긍정적인 마인드가 경기력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기본적으로 알고 있다는 뜻”이라며 “이는 골프뿐 아니라 다른 종목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긴장을 풀기 위해 심호흡을 하듯이 경기중 웃고 즐기고 농담을 해 마음을 바꾸는 것이 멘털 스포츠인 골프에서 대단히 중요하다"며 "전인지 선수는 심리적으로 대단한 힘을 갖고 있음을 느낀다. 사격의 진종오 선수와 흡사하다"고 덧붙였다. 외유내강(外柔內剛)의 표본 중 하나가 전인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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