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8조→올해 9조원으로 2.4배↑
분기별 보고 의무화에도 집행계획·산출근거는 확인 어려워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올해 예비비가 지난해의 2.4배인 9조원으로 늘었지만 국회에 제출된 분기별 사용계획명세서에는 사업명과 금액 등 개괄적인 내용만 담겨 구체적인 집행계획을 확인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19년 만에 예비비 제도를 개편하고 분기별 보고를 의무화했지만, 국회의 재정 통제가 형식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올해 예비비 예산은 9조원으로 집계됐다. 예비비는 2021년 코로나19 긴급 대응을 위해 9조7000억원까지 늘었다가 2022년 5조5000억원, 2023년 4조6000억원, 2024년 4조2000억원, 2025년 3조8000억원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올해는 당초 본예산에 4조원이 반영된 뒤 1회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목적예비비 5조원이 증액됐다. 유가·환율·중동 정세 등 대외 변수에 대응하기 위한 석유 최고가격제 추진 등이 이유였다.
예비비는 예산 편성 당시 예측하기 어려운 재정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자금이다. 국가재정법상 해당 회계연도 예산 편성 당시 예측이 불가능하고, 회계연도 중 시급하게 지출할 필요가 있으며, 기존 예산으로 충당하기 어렵고, 해당 연도 내 집행이 가능해야 한다.
예비비 사용은 그동안 행정부 내부 절차를 거쳐 집행한 뒤 다음 연도 국회의 사후 승인을 받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에 따라 국회가 당해 연도 예비비 사용 내역을 파악하기 어렵고, 부적절한 집행을 사전에 견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1월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가재정법 제정 이후 19년 만의 제도 개편이다. 개정법은 각 중앙관서의 장이 예비비 사용을 신청할 때 사용 요건과 금액 산출 근거를 명확히 작성해 기획예산처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했다.
또 대통령 승인을 받은 예비비 사용계획명세서를 분기별로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국회가 예비비 집행계획을 당해 연도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 처음 제출된 1분기 예비비 사용계획명세서는 사업명과 금액 등 개괄적인 내용만 담은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인 집행계획이나 예비비 신청의 필요성, 금액 산출 근거를 확인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게 국회입법조사처의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예비비 사용액은 958억원으로, 기본사회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빛의위원회 등에 230억원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분기별 명세서만으로는 각 사업에 예비비를 투입한 구체적인 사유와 지출 규모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회의 사후 승인 구조도 여전히 남아 있다. 예비비 집행에 대한 국회 시정요구는 2020년 35건, 2021년 22건, 2022년 27건, 2023년 26건, 2024년 20건 등 매년 반복되고 있다. 다만 사후 승인 방식에서는 이미 집행이 끝난 예비비의 효력에 국회가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분기별 사용계획명세서가 형식적인 보고에 그치지 않도록 사업별 산출근거와 구체적인 집행계획을 충실하게 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획예산처에 올해 1·2분기 예비비 사용계획명세서와 예비비 신청 당시 제출한 세부 명세서, 작성지침, 최근 5년간 국회의 시정요구 및 부처별 조치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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