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구 감소에 신입생 확보 경쟁 치열
고교성적표만으로 대학이 먼저 합격 제안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지원자 감소로 벼랑 끝에 몰린 미국 대학들이 학생이 지원서를 내기도 전에 먼저 합격통지서를 보내는 이른바 ‘역(逆)입학’ 방식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다이렉트 어드미션(direct admission·직접입학)’으로 불리는 제도로, 고교 성적표 등 최소한의 자료만을 토대로 대학이 먼저 학생에게 입학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직접입학 제도는 자기소개서와 비교과 활동 기재, 시험 성적 제출 등 기존 대입 과정에서 요구되던 절차를 대부분 생략한다. 별도의 지원 비용도 들지 않는다. 학생 모집난과 재정 압박에 시달리는 대학들은 이 제도를 활용해 더 많은 학생에게 접근하고 실제 등록까지 유도하고 있다.
전미대학입학상담협회(NACAC)의 엔젤 페레즈 최고경영자(CEO)는 “학생이 대학에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이 학생에게 지원하는 셈”이라며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여러 관문을 하나하나 통과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직접입학은 특히 지원자 감소로 신입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진 비명문 사립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국 대입 공통지원시스템 ‘커먼앱(Common App)’에 따르면 직접입학에 참여하는 대학은 2023~2024학년도 이후 3배 이상 늘어 현재 커먼앱 제휴 대학의 약 5분의1을 차지한다.
미국에서 직접입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주(州)도 10여곳에 달한다. 미시간주 캘러머주칼리지의 칼린 크롤리 총장은 올해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이제는 학생들이 알아서 우리를 찾아오기를 기대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미국 대학들은 대학 진학 연령대인 18세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이른바 ‘인구절벽’과 씨름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대학일수록 신입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NACAC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4년제 비영리 대학의 평균 합격률은 이미 70%를 넘어선 상태다. 대부분 대학이 지원자의 절반 이상을 합격시키고 있는 만큼 직접입학 도입은 학생 확보를 위한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절차는 간단하다. 직접입학에 관심 있는 학생은 정식 지원서를 작성하는 대신 일종의 ‘매칭 플랫폼’ 역할을 하는 사이트에서 간단한 양식만 작성하면 된다. 학생 본인이나 소속 고교가 성적표를 함께 제출하면 이후 대학들의 합격 제안이 자동으로 들어온다.
다만 기존 입시와 마찬가지로 고교 마지막 학년 성적이 크게 떨어질 경우 대학 측이 합격을 취소할 수 있다.
고등학교 졸업반인 에덴 존슨은 최근 여름방학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조지아주 포트밸리주립대로부터 직접입학 합격 통보를 받았다. 생물학을 전공하려는 존슨은 그럼에도 약 20개 대학의 지원 목록을 만들어 상당수 대학에는 기존 방식대로 정식 지원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포트밸리주립대는 존슨에게 일종의 ‘안전 지원 대학’에 가까웠지만, 먼저 받은 합격통지서는 스스로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주는 계기가 됐다. 존슨은 “어딘가에서 나를 원한다는 사실 자체가 기분 좋았다”고 말했다.
‘불합격’ 대신 ‘합격’을 먼저 제시하는 이런 입학 방식은 많은 학생에게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지난해 앨라배마주 차원의 직접입학 프로그램에 참여한 잭슨빌주립대의 제시카 위긴스 입학관리 부총장은 이를 연애에 빗댔다. 그는 “일종의 ‘데이트 세계’와 비슷하다”며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이 훨씬 쉽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직접입학 전략은 실제 학생 모집에도 일정 부분 효과를 내고 있다. 잭슨빌주립대는 약 2000건의 직접입학 신청을 받아 이 가운데 150~200명을 최종 등록시켰다. 기존 입학 방식에 비해 실제 등록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낮았지만 대학 입장에서는 신입생을 추가로 확보하는 효과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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