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차 유엔총회 22~29일 각국 정상 뉴욕 집결
NYT “검은 세단 행렬에 도로 통제까지…교통 체증에 지친 뉴요커들”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매년 유엔총회가 열리면 세계 각국 정상과 고위 인사들이 뉴욕으로 몰려든다. 그만큼 교통 체증과 도로 통제, 평소보다 한층 심한 혼란도 함께 찾아온다.
세계 각국 정상들은 22~29일 일주일간 집중되는 유엔총회 고위급 회의 참석을 위해 뉴욕에 집결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문제, 이스라엘·가자지구 사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린란드 문제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하지만 맨해튼 이스트사이드 유엔본부 밖 뉴요커들의 관심은 거창한 국제정세보다 끔찍한 교통 체증에 더 쏠려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해마다 유엔총회와 함께 찾아오는 ‘혼돈의 시간’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뉴욕 시내 곳곳에는 검은색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메우고 있고, 이 차량들은 언제나 두세 대씩 무리 지어 움직인다. 각 기관 소속 경호원과 보안요원도 곳곳에서 눈에 띄고, 교통경찰은 규칙을 어기는 운전자나 보행자를 향해 고함을 친다. 퍼스트애비뉴는 41번가부터 48번가까지 차량 통행이 막혔고, 40번대 여러 이면도로도 통제됐다.
반대로 평소 보기 힘든 유명 인사들이 동네에 몰려드는 것도 이맘때뿐이다. 베이컨·달걀·치즈 샌드위치를 사는 사람이 혹시 어느 나라 정상은 아닐지, 아니면 적어도 그 보좌관일 수도 있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은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세계가 뉴욕을 방문하면 우리 거리가 영향을 받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보행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불과 한두 블록 떨어진 목적지까지 어떻게 가야 할지 막막해 보도 위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교통 체증보다 국제정치에 더 분노한 이들도 있었다. 22일에는 약 10명의 시위대가 평화 시위를 벌였다. 한 참가자는 “서파푸아의 집단학살과 생태학살을 멈추라”는 팻말을 들었고, 65세의 데이브 로빈슨은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며 “세계 여러분, 미안합니다. 우리도 그를 싫어합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었다.
상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43번가와 44번가 사이 세컨드애비뉴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익명을 요구하며 도로 통제로 손님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가게 위층 자신의 아파트에 들어가기 위해 매번 거주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것도 성가시다고 했다. 반면 한 세탁소 주인은 정장 차림의 유엔총회 참석자들이 몰리면서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며 반겼다. 다만 배송 트럭들은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워야 했다.
같은 거리라도 어느 인도에 서 있느냐에 따라 상황이 갈렸다. 세컨드애비뉴 서쪽 인도는 비교적 자유롭게 걸을 수 있었지만, 동쪽 인도는 42번가와 43번가 사이를 오가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했다. NYT는 “경찰에게 베이글 가게에 간다고 말하면 지나가게 해줄지도 모른다”면서도 “우리가 알려줬다고 하지는 말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자전거 사정도 비슷했고, 퍼스트애비뉴 쪽은 아예 갈 생각을 접는 편이 낫다고 전했다.
뉴욕시는 이번 주 평일 닷새 모두를 ‘교통대란 경보(gridlock alert)’ 기간으로 지정했다. 이번 주가 지나면 상황은 일단락되지만, 11월 추수감사절 연휴 전후 세 차례와 홀리데이 시즌인 12월엔 12일간 예정된 교통대란 경보일이 다시 뉴욕을 기다리고 있다.
NYT는 “평소의 뉴욕이란 교통 체증으로 꽉 막힌 거리, 터질 듯 붐비는 지하철, 좀처럼 오지 않는 버스,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 둘 중 하나는 짜증이 나 있는 도시를 뜻한다”며 “그것이 바로 뉴욕”이라고 전했다.
mokiy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