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처분 검증·명도소송 업체 선정 착수
실거주 조합원 상당수, 일대 전세가격 자극 가능성
“이주비 조달 여건이 사업 속도 좌우” 전망
[헤럴드경제=윤성현 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가 재건축 추진 23년 만에 관리처분계획 단계 진입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지난 7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은 데 이어 관리처분계획 타당성 검증과 향후 명도소송 등을 담당할 업체 선정에 나서면서 3930가구 대규모 이주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주가 본격화될 경우, 대규모 전세 수요가 움직이면서 일대 임대차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잠실5단지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난 3일 ‘관리처분계획 타당성검증 용역업체 선정 입찰 공고’를 냈다. 입찰은 오는 10일 오후 2시 마감한다. 조합은 같은 날 ‘명도소송·소유권이전등기소송 등’을 맡을 변호사 선정 입찰도 별도로 공고했다. 법률업체 입찰 마감은 10일 오후 3시다.
공고에 따르면 사업 대상지는 송파구 잠실동 27번지 일대 35만8077㎡다. 재건축을 통해 기존 공동주택 3930가구와 근린생활시설 215호가 있는 단지에 지하 4층∼지상 최고 65층, 공동주택 6411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조성한다.
관리처분계획은 기존 주택과 토지의 종전자산가액과 새로 공급되는 주택의 분양가, 조합원별 분담금 등을 확정하고 새 아파트의 권리 배분 방식을 정하는 절차다.
조합이 이번에 발주한 관리처분계획 타당성 검증 용역은 분양 절차와 분양 자격, 종전자산·종후자산 평가, 사업비와 조합원 분담금 산정, 관리처분 기준 등이 관련 법령과 조합 정관에 맞게 수립됐는지를 점검하는 절차다. 잠실주공5단지는 기존 3930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단지인 만큼 관리처분계획이 확정되면 조합원별 분담금과 권리 배분을 둘러싼 이해관계도 본격적으로 구체화될 전망이다.
조합은 관리처분계획 타당성 검증과 함께 명도소송과 소유권이전등기소송 등을 담당할 법률업체 선정에도 착수했다. 관리처분인가 이후 이주 과정에서 기한 내 건물을 인도하지 않는 소유자나 점유자 등을 상대로 명도 절차가 필요할 수 있는 만큼 향후 이주·철거 단계까지 대비한 사전 준비로 풀이된다. 다만 종전자산 감정평가와 조합원 분양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및 총회 의결, 인가 등의 절차가 남아 있어 실제 이주 시점은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앞서 잠실주공5단지는 지난 7월 1일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았다. 인가된 계획에 따르면 주택용지에는 지하 4층∼지상 49층 4942가구, 잠실역과 맞닿은 복합용지에는 지하 4층∼지상 65층 1469가구가 들어선다. 조합은 올해 하반기 감정평가와 조합원 분양신청을 진행하고 2027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1978년 준공된 잠실주공5단지는 서울을 대표하는 장기 재건축 사업장이다. 2003년 12월 재건축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은 뒤 2005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됐고, 2013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그러나 층수 규제와 학교용지 문제 등이 맞물리면서 후속 절차가 장기간 지연됐다. 인근 잠실주공 1∼4단지가 2009년께 각각 엘스·리센츠·트리지움·레이크팰리스로 재건축을 마친 것과 대조적이다.
사업은 2022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최고 50층 규모 정비계획이 통과되며 다시 속도를 냈다. 이후 2024년 신속통합기획 자문을 거쳐 잠실역 인근 복합용지에 최고 70층을 허용하는 정비계획 변경안이 통과됐고, 통합심의 과정에서 최고 65층으로 구체화됐다. 지난해 6월 통합심의, 12월 사업시행계획인가 신청을 거쳐 올해 7월 인가를 받으면서 2003년 추진위 승인 이후 23년 만에 관리처분 단계 진입을 앞두게 됐다.
매매가격도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잠실주공5단지 82.61㎡(이하 전용면적)은 지난 8월 6일 45억7500만원(9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같은 면적이 46억2500만원(11층)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한 뒤, 올 초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논의가 본격화되자 상승세가 꺾였으나 다시 45억원선을 넘었다.
잠실주공5단지가 계획대로 내년 관리처분계획인가 절차에 들어갈 경우 향후 핵심 변수는 조합원별 종전자산 평가액과 분양가, 추가 분담금, 이주비 대출이 될 전망이다. 관리처분인가를 넘어서면 4000가구에 육박하는 기존 단지의 이주가 본격화하는 만큼 잠실과 인근 송파권 전월세 시장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실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잠실르엘(1865가구)과 잠실래미안아이파크(2678가구) 등 총 4543가구의 대단지 입주가 이어지며 잠실권 전세 물량이 크게 늘었지만 전셋값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8월 다섯째 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송파구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들어 8.90% 상승했다. 연간 누적 상승률이 10%를 웃돈 노원구와 성북구 등 동북권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서울 자치구 가운데에서도 높은 수준이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수석위원은 “잠실 일대는 오랜 기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었고, 최근 정비사업이 빠르게 진전되면서 새로 유입된 매수자 상당수가 실거주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잠실주공5단지는 실제 거주 중인 소유주 비중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부터 이주가 본격화할 경우 잠실 일대 전세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잠실은 전셋값 자체가 높은 지역인 만큼 조합원들이 필요한 이주비를 얼마나 원활하게 조달하느냐가 사업 진행 속도를 좌우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quq@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