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르엘 218㎡ 기준가 226억→215억
강남 집값 조정에 보류지도 ‘할인매각’
매각 늦어지면 조합 청산·해산도 지연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서울 강남·서초구 일대 고가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조정이 벌어지면서 정비사업 조합들의 보류지 할인 매각에 나섰다. 청담삼익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청담르엘의 펜트하우스 입찰기준가를 2개월 사이 10억원 넘게 낮추며 ‘주인 찾기’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4일 정비업게에 따르면 청담삼익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오는 9일까지 보류지 7세대에 대한 입찰(9차)을 진행한다. 보류지는 조합이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분양하지 않고 남겨둔 물건이다. 청약통장이 불필요하고, 대출을 받지 않을 시 실거주 의무가 부여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에서 자유롭다.
눈에 띄는 점은 입찰기준가가 이전 대비 5% 가까이 내렸다는 점이다. 지난 6월에 이어 두 달 여만에 재공고된 펜트하우스 중 가장 면적이 큰 218㎡(이하 전용면적)가 입찰기준가(기준가)가 약 226억원 수준에서 214억6000만원 수준으로 11억원 넘게 내렸다. 172·200·202㎡ 또한 직전 공고에서 178억원~210억7000만원 수준이었던 기준가가 169억5000만원~200억5000만원 수준으로 대폭 수정됐다.
이 중 84㎡ 3세대는 지난달 26일 8차 공고 이후 일주일 만에 기준가를 2억5000만~2억8000만원 낮추면서 지난 2일 재공고됐다. 이에 따라 57억3000만원~58억원 수준이었던 해당 가격은 55억 전후로 인하됐다.
보류지 가격을 낮춘 건 청담르엘뿐만이 아니다. 서대문구 영천동의 경희궁유보라 역시 보류지 물건 141㎡이 지난달 공고(33억3000만원)에서 주인을 만나지 못하자 2주 후 3억6000만원 내린 29억7000만원 가격에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조합들이 매각을 위한 결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강남·서초 주요 단지들에서는 세 부담을 덜기 위한 급매물들이 출회하면서 보류지 물건보다 더 저렴한 일반 매물이 등장하고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구와 서초구에서는 8월 둘째주 이후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4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청담르엘 보류지 물건 중 84㎡(105동)의 기준가는 55억2000만원이지만, 같은 동의 유사 층수 일반 매물은 호가가 52억~55억원 수준에 형성돼 있다. 실거주 등을 만족할 수 있다면 보류지보다 저렴하게 매수할 수 있는 대안들이 있는 셈이다.
이에 조합들도 보류지 가격을 조정하며 매각에 나서는 분위기다. 보류지 매각이 장기간 지연될 경우 조합 해산 및 청산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매각이 늦어질수록 조합 운영비와 인건비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고가주택 매수대기자들이 관망하면서 9월 국회에서의 세제 개편안 수정 여부를 지켜 보자는 분위기인 만큼 활발한 거래는 쉽지 않다”면서 “보류지가 매각이 안되면 조합 청산 시기가 연기될 수 있어 조합 입장에서는 가격을 내려서라도 빠르게 정리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보류지(84㎡ 기준)는 여전히 25억원이었던 분양가 대비해서 높은 가격이고 수요자의 외면은 결국 시장이 지금 받아줄 수 있는 가격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보류지를 무한정 끌고 갈 수는 없기 때문에 할인 매각 외엔 별다른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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