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청탁금지법 위반’ 지귀연 불구속 기소

“변호사가 청담동 예약제 주점서 409만원 결제”

“지귀연,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혐의 부인”

뇌물수수 혐의는 불기소…“대가관계 단정 불가”

지귀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 [연합]
지귀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 [연합]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이른바 ‘룸살롱 접대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은 지귀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가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공수처는 지 부장판사가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변호사들로부터 재판 편의를 제공해달라는 대가로 접대를 받았다는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했다.

공수처 수사3부(부장 이대환)는 4일 지 부장판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이날 법원 측에 지 부장판사의 수사 결과를 통보하고 징계를 요청했다.

공수처에 따르면 지 부장판사는 2023년 8월 변호사 A씨와 B씨로부터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예약제 주점에서 409만원 상당의 술값을 결제하도록 해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를 받는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직무 관련 여부나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한 번에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5월 “지 부장판사가 여성 종업원이 나오는 룸살롱에서 접대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서울 강남의 주점으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지 부장판사가 동석자 2명과 나란히 앉은 사진을 공개했다. 당시 지 부장판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을 심리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의 재판장이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본류로 꼽힌 이 사건은 재판부가 구속 상태였던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이례적 구속 취소 결정을 한 이후, 공판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재판장인 지 부장판사를 향한 민주당의 공세도 공판 진행 내내 이어졌다.

지 부장판사 관련 사진 논란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시민단체 등이 지난해 5월 지 부장판사를 뇌물수수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이 사안은 공수처 수사가 시작되면서 단순 의혹 제기 사안에서 수사 사안으로 바뀌었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이 지난해 5월 19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 재판장인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당시)가 유흥업소에서 접대받았다”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이 지난해 5월 19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 재판장인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당시)가 유흥업소에서 접대받았다”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이후 공수처는 의혹을 제기한 국회의원실 보좌관 등으로부터 같은 해 7월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지 부장판사에 대한 통신영장을 집행했다. 이후 제보자와 관련자, 향응 제공자 등을 조사하고, 지난해 11월에는 지 부장판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택시 호출 및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을 확보했다.

공수처는 언론에 보도된 지 부장판사의 주점 사진 등을 토대로 수사를 벌여 지 부장판사와 일행들이 같은 장소에 모인 경우를 두 차례로 특정했다고 밝혔다. 자리에 동석했던 변호사 A씨가 해당 주점에서 결제한 내역은 모두 6건이었는데, 이 중 지 부장판사의 택시 이용 내역 등과 동선이 일치하는 2건을 확인했다고 한다.

지 부장판사는 올해 5월 피의자 조사 과정에서 혐의 사실을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피의자는 혐의 사실 일체를 부인하면서,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다만 지 부장판사가 변호사들로부터 재판 관련 편의를 제공해달라는 대가로 향응을 받았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향응을 제공한 변호사들이 직무 관련자라는 점을 고려해 대가성 여부를 따져봤지만, 이들이 지 부장판사가 속한 재판부에 사건을 수임한 내역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수처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기대감만으로는 대가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선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공수처는 지 부장판사가 2013년 수원지법 민사 합의부에 근무할 당시 변호사 A씨가 수임한 사건에서 1심 패소 판결을 뒤집고 항소심 승소 판결을 내렸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사건 재판과 접대 시점 사이에 약 10년의 간격이 있다는 점과, 소송가액 등을 고려하면 과거 직무에 대한 대가로 접대를 받았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아울러 공수처는 2024년 9월 지 부장판사를 포함해 5명이 모인 자리에서 약 416만원이 결제된 또 다른 향응 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이 부분에 대해서도 불기소 처분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앞으로도 계속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 사건을 엄정히 수사함으로써 공직기강 확립에 기여하겠다”며 “향후 공소유지에도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y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