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 16.5→20.5점…재무성과 21→15.5점
코바코·국립공원공단·코이카 ‘아주미흡’
SR·제주개발센터·산업인력공단 2년 연속 D
김동극·장원삼 기관장 해임 건의 대상 올라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공공기관 임원 인사와 직원 성과급을 좌우하는 경영평가 기준을 정부가 평가 대상 연도의 9월 말에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해 사업의 4분의 3이 지난 시점에 공공성 배점은 늘리고 재무성과 배점은 줄였다. 공공기관들이 연초에 세운 경영계획을 대부분 집행한 뒤 그해 실적을 재는 잣대가 바뀌면서 평가의 예측 가능성과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국회입법조사처의 ‘2026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 따르면 정부는 2024년 12월 확정한 ‘2025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을 지난해 9월 30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의결을 거쳐 수정했다.
수정안은 공공기관의 공공성 관련 배점을 기존 16.5점에서 20.5점으로 4점 높였다. 반면 재무성과 지표 배점은 21점에서 15.5점으로 5.5점 낮췄다. 산업재해 예방 배점도 0.5점에서 2.5점으로 2점 올렸다. 안전한 일터 조성과 인공지능(AI) 혁신 노력에는 각각 1.5점의 가점을 신설했다.
정부는 법령 개정과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반영하고 공공성과 효율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한 개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평가 대상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주요 지표의 배점을 큰 폭으로 조정한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공공기관은 통상 연초에 경영평가편람을 토대로 인력과 예산을 배분하고 사업 목표를 설정한다. 연중 재무성과의 비중이 줄고 공공성·안전 분야의 비중이 커지면 이미 사업을 상당 부분 집행한 기관은 변경된 기준에 맞춰 대응하기 어렵다. 반대로 바뀐 지표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기관은 별도의 경영 개선 노력 없이 평가상 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경영평가 결과가 단순한 기관 순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평가 등급은 공공기관 직원의 성과급 지급률을 결정하고 기관장과 임원의 인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D등급과 E등급 기관의 임직원에게는 경영평가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는다. 해당 기관에는 경영개선계획 제출과 컨설팅, 이듬해 경상경비 삭감 등의 조치도 뒤따른다.
지난해 실적을 대상으로 한 2025년도 경영평가에서는 공기업 31곳과 준정부기관 57곳 등 총 88곳이 평가를 받았다.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은 기관은 없었고 A등급 15곳, B등급 29곳, C등급 28곳, D등급 13곳, E등급 3곳이었다.
A등급에는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조폐공사, 한전KDN 등 공기업 6곳이 포함됐다. 국민연금공단과 근로복지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예금보험공사 등 준정부기관 9곳도 A등급을 받았다.
반면 최하위인 E등급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국립공원공단,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에 돌아갔다. D등급에는 에스알(SR),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석유공사,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국토정보공사,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이 포함됐다.
재경부 공식 평가 결과를 기준으로 D·E등급 기관은 2024년도 13곳에서 2025년도 16곳으로 3곳 늘었다. 특히 SR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한국산업인력공단은 2년 연속 D등급을 받았다. 코바코와 코이카는 D등급에서 E등급으로 한 단계 하락했다.
다만 이들 기관의 등급 변화가 지난해 9월 이뤄진 평가편람 수정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수정 전 기준과 수정 후 기준을 각각 적용한 기관별 점수와 등급 비교 자료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기관이 배점 조정으로 유리해지거나 불리해졌는지도 현재 자료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렵다.
기관장 평가는 2013년 이후 13년 만에 별도 평가 방식으로 다시 도입됐다. 총 82명의 기관장 가운데 우수 등급은 6명, 보통은 52명, 미흡은 17명, 아주미흡은 7명이었다.
아주미흡 평가를 받은 기관장은 SR과 한국석유공사, 공무원연금공단, 국가철도공단, 코이카,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평가 대상 기관장이다. 정부는 평가 결과를 발표한 지난 6월 당시 재임 중이던 김동극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과 장원삼 당시 코이카 이사장에 대해 해임을 건의했다. 장 전 이사장은 이후 사표를 제출했고 지난 7월 의원면직 처리됐다.
현행 제도상 경영평가편람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수정할 수 있다. 평가 연도 중 지표나 배점을 변경할 때 적용 시기나 조정 폭을 제한하는 별도의 장치는 뚜렷하지 않다. 국회 차원에서 편람 변경 횟수와 사유, 기관별 점수와 등급에 미친 영향을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평가 이후의 사후관리도 점검 대상이다. SR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경영개선계획 제출과 컨설팅에도 2년 연속 D등급을 받은 만큼 현행 컨설팅이 실제 경영성과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한 해 사업이 상당 부분 진행된 9월에 평가지표를 변경하면 공공기관들이 연초에 세운 경영계획과 평가의 예측 가능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변경 전후 평가 결과에 대한 영향 분석을 실시하고, 평가편람을 연중 수정할 수 있는 요건과 절차를 보다 명확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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