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1년6개월만 회생계획안 최종인가
유휴인력 4000명·M&A성사 핵심이슈
채권 분할상환 미동의 33% 설득 과제
“홈플 노력으론 부족, 마트규제 풀어야”
파산 위기에 놓였던 홈플러스가 최대 고비를 넘었다. 서울회생법원이 회생계획안을 최종 인가하면서다. 기업회생절차 개시부터 약 1년 6개월 만이다. 홈플러스의 서른살 생일을 앞두고 불안에 떨던 직원과 협력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다. 기업회생절차를 밟는 사이 ‘알짜’였던 슈퍼마켓 사업부(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매각됐고, 운영 점포는 67개로 줄었다. 이커머스에 밀려 위축될 대로 위축된 오프라인 유통 시장에서 경쟁력을 증명하면서 계획대로 변제 절차를 밟아야 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가장 큰 과제는 인력 효율화다. 한때 142개에 달했던 점포는 회생과정을 지나며 반토막이 났다. 2만명에 달했던 직원 수는 희망퇴직 등 거치며 9400여명으로 줄었으나, 여전히 운영 점포 수에 비해 많은 수준이다. 게다가 홈플러스는 납품 문제로 영업 면적을 1000평 이내로 줄였다. 이어 판매 상품을 신선식품과 자체상품(PB) 중심으로 운영하는 ‘트레이더 조’ 모델을 도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00평 규모로 운영되는 대형마트 매장에서 3교대 근무 시 필요한 인력이 90여명”이라며 “영업 면적을 줄인 홈플러스의 경우 실제 필요한 인력은 더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대형마트 업체마다 업황 악화로 아르바이트 직원을 늘리면서 인력을 조정하는 상황”이라며 “생사가 걸린 홈플러스 입장에서 인력 비용 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홈플러스 직원 다수는 지난 5월 37개점 폐점이 결정된 이후 일터로 복귀하지 못해 기본급의 70%의 휴업수당을 받고 있다. 유휴 인력은 많게는 4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전해진다. 인력 효율화는 홈플러스 회생계획안에 담긴 잔존사업부 인수·합병(M&A) 성사를 위해서라도 피할 수 없는 문제다.
홈플러스는 양대 노조와 협의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경영진에 대한 고통 분담 요구 등 적잖은 반발이 예상된다. 홈플러스는 직원들의 8월 급여도 지급하지 못한 상태다.
회생계획안에 담긴 채권 변제 계획도 이행해야 한다. 홈플러스는 폐점 점포 가운데 자가점포 19개를 매각해 2028년 2월까지 1조4192억원을 조달한다는 구상이다. 조달 자금은 최대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 앞으로 설정된 신탁담보채권을 전액 상환하는 데 우선 사용된다. 그래야만 나머지 자가점포의 부동산담보 대출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남은 67개 점포 중 자가점포 38곳을 활용한 담보대출로 남은 채권을 순차적으로 상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전현직 직원들에게 지급하지 못한 급여와 퇴직금 633억원은 내년 2월까지 69%를 지급하고, 2028년 2월까지 전액 변제한다는 계획이다. 5030억원대 미지급 납품대금은 2028년 2월(0.5%), 2029년 2월(20.3%), 2030년 2월(79.2%)로 3년간 분할 변제한다는 구상이다.
기업회생절차 관리인인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전날 법원에 출석해 “고정비 절감과 적자점포 폐점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해 채권을 변제하는 것이 첫 번째 계획”이라며 “회생계획 인가 후 자가점포를 매각하고 이후 회사 자체에 대한 M&A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은 공익채권자들의 분할상환 동의를 전제로 회생계획의 수행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김 부회장에 따르면 공익채권자 분할상환 최종 동의율은 66.3%다. 분할상환에 동의하지 않은 나머지 공익채권자들이 일시 변제를 요구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문제도 남은 셈이다. 이들이 일시 변제를 요구할 경우 유동성 부족이 발생하며 회생계획안 이행 가능성은 크게 떨어지게 된다.
홈플러스는 당장 다가오는 추석 대목과 연말, 내년 설날까지 대규모 할인행사 등을 통해 영업 정상화 노력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홈플러스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커머스에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 자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정청은 올해 초 대형마트 새벽배송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했으나, 완화안이 담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단체의 반발에 부딪혔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홈플러스에 회생의 기회가 주어진 만큼 대형마트 새벽배송 규제를 6개월만이라도 한시적으로 완전히 풀어주는 정치권과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상생안에 담긴) ‘새벽배송 시 1만원 이하 신선식품 판매 제한’ 등 지나친 규제는 오히려 또 다른 문제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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