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4.5’ 예산 276억→568억, 1년새 2배
업체대표 “주 4.5일제 되면 다 문 닫을수 밖에”
납기·인력난·매출 걸림돌 “주52시간도 버겁다”
[헤럴드경제=홍석희·김서현 기자] “주 4.5일제 되면 중소기업들은 다 문 닫아야죠.”
40년 업력의 자동차부품업체 대표는 정부의 ‘워라밸+4.5 프로젝트’ 참여 의향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근로시간을 줄일 여력조차 없어 사업 참여를 생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중소 제조업은 사람이 일하지 않으면 공장 자체가 돌아가지 않는다”며 “납기와 수출 날짜를 맞추느라 주 52시간 지키기도 힘든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주 4.5일제 지원 예산을 내년부터 약 2배 늘린다. 정부가 지난 1일 의결한 2027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워라밸+4.5 프로젝트’ 예산은 올해 276억원에서 내년 568억원으로 늘어난다. 20인 이상 우선지원대상기업이 노사 합의로 임금 감소 없이 노동시간을 줄이면 노동자 1명당 월 20만~6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 7월 말 기준 293개사가 참여했다. 정부가 주 4.5일제 등 실노동시간 단축을 중소기업 현장까지 확산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다만 참여 기업들은 IT 등 사무직 중심이거나 자동화·공정 개선, 추가 채용 등을 병행할 여력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국내 중소기업이 850만개에 달하는데 300곳은 극소수”라며 “인력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에서는 4.5일제 지원사업에 참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지원 규모를 늘리더라도 실제 신청 기업이 크게 늘어날지는 미지수라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가장 큰 장벽은 납기다. 특히 도금·주물·단조·용접 등 뿌리산업은 완제품 생산의 앞뒤 공정과 맞물려 있어 업체가 임의로 일정을 조정하기 어렵다. 한 제조업체 대표는 “오늘 발주가 들어와 내일까지 물건을 달라는 경우도 있다”며 “주말까지 일하는 업체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이어 “주문이 중국 등 해외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국내 경쟁까지 치열해 근로시간을 줄이는 건 상상조차 못한다”고 덧붙였다.
인력난과 낮은 납품단가도 근로시간 단축을 가로막는다. 생산량을 유지하면서 근로시간을 줄이려면 결국 사람을 더 뽑아야 하지만 중소 제조업계는 만성 인력난을 겪고 있다. 그렇다고 늘어난 인건비를 납품가격에 반영하기도 어렵다. 한 표면처리업체 대표는 “단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다면 사람을 더 뽑아 4일제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을의 입장에서는 단가를 마음대로 올릴 수도 없다”며 “근로시간을 줄이라고 하기 전에 납품단가를 제대로 협상할 수 있는 여건부터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제조업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엔지니어링업체는 기술인력 확보를 위해 유연근무제를 시행하는 등 직원 복지에 공을 들이고 있으면서도, 주 4.5일제 도입까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업체 대표는 “하루 단위로 진행되는 업무가 많아 4.5일제는 사실상 4일제다. 하루가 빠지면 매출도 그만큼 떨어진다”며 “기술서비스나 제조업은 사람이 일하는 시간과 생산량이 비례하는데,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근로시간만 줄이라는 건 중소기업더러 경쟁에서 밀려나라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지금의 ‘지원’이 향후 ‘강제’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중소기업 대표들은 “과거 주5일제처럼 지원금으로 시작해 의무로 바뀔 것 같다”며 “여력이 되는 기업은 근로시간을 줄이되, 생산현장처럼 더 일해야 하거나 근로자 스스로 추가 근무를 원하는 곳에는 업종과 현장 상황에 맞게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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